[기자의 눈]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다
'미상 비행체' 빨리 가려내야 국익이다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사건은 좀 이상하다. 누군가 '때린' 구체적인 정황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는 게 맞은 사람의 입장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미상의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 좌현의 평형수 탱크 외판을 두 차례 타격했다. CCTV에는 비행체가 포착됐고 현장에서는 엔진 잔해도 수거됐다. 군사전문가들은 나무호의 파손 상태로 봤을 때 이란의 주요 무기체계 중 하나인 중소령 드론의 공격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과는 전화 통화를 하고, 주한이란대사는 외교부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고 이란은 비난하는 해양자유구상(MFC)에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정황과 정부의 언어가 '범인은 이란'이라고 가리키는 듯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관계의 역학을 살피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또 한국 선박 26척이 호르무즈를 벗어나지 못해 고립돼 있다. 공격 주체를 섣부르게 특정하는 순간 외교적·경제적 후폭풍이 한꺼번에 밀려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정부는 이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우리는 때리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이란의 외교부와, 강경파인 혁명수비대(IRGC) 간의 불협화음이 크다는 점을 주목하면서다.
정부는 이란과의 공식 소통 창구를 외교부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란 외교부의 설명을 이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란 외교부가 "우리 말을 듣지 않은 혁명수비대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주장한다면, 정부는 오히려 시간을 벌 수 있다. 우리와 소통하는 공식 파트너가 아닌 혁명수비대의 행동에 즉각적인 비례 조치를 단행하기 쉽지 않은 게 외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 나섰음에도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굳이 발표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모호한 상황이 길어지면 국민은 답답하다. 이역만리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이 무고하게 위협을 받는 일이 발생했는데, 정부의 언어가 "누가 공격을 했는지 모른다"거나 "공격 주체를 파악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라면 좀 힘이 빠진다.
상황이 길어지면 의심이 생기고, 의심은 의혹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전략적 외교'도 국익이지만, 불필요한 내부 갈등이나 '가짜뉴스'가 만연하지 않게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국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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