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무호 공격 안 했다"고 부인했지만…의도적 타격 정황 짙어져

이란 외교당국 부인에도 불구하고…드론으로 '계획적 공격' 정황 확인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간 불협화음 여전…호르무즈 안정은 요원

호르무즈 해협 안에서 미상 비행체의 타격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외부의 모습.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0 ⓒ 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유민주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HMM 나무'호가 외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공격 주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드론 공격이 단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10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를 공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공개한 나무호의 피격 사진을 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운용한 소형 드론의 공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란은 외교 당국 간 소통과 주한이란대사관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알지 못하며 이란군의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의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행정부와 소통 없이 자의적 공격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고' 아닌 '의도적 공격' 정황 확인…미사일보단 드론일 가능성 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폭발 및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정부 합동 조사단의 현장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나무호의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6.5.10 ⓒ 뉴스1 임세영 기자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2기의 미상 비행체가 1분 간격으로 나무호의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타격한 것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일 진행한 정부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를 통해 CCTV 확인과 선장 면담 등을 진행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외교부는 이날 예인된 나무호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좌측 선미 외판이 폭 5m, 깊이 7m가량 부분까지 훼손됐으며, 선체 안의 프레임은 내부로, 선체 외판은 외부 방향으로 돌출 및 굴곡된 것이 확인됐다.

외교부는 다만 비행체의 정확한 종류와, 공격 주체를 확인하지 못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박의 피해 수위를 봤을 때 이란의 소형 드론이 나무호를 타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란은 중동사태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 건너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항만과 공항,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무차별적 드론 및 미사일 공습을 진행하고 있다. UAE가 미국·이스라엘과 가깝다는 점과, 중동에서 가장 안정된 치안과 경제력을 자랑하는 UAE에 대한 공격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UAE 역시 방공망을 총동원해 이란의 공습을 방어해 왔다. 잦은 공중 요격으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장기간 체류한 선박들은 언제든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거나 우발적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중동사태 이후 줄곧 상존해 왔다.

하지만 나무호의 사고는 우발적 사고가 아닌 외부의 공격에 따른 것이 확실해 보인다. 2기의 비행체가 1분 간격으로 같은 지점을 타격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설정된 좌표에 따라 공격이 감행됐음을 보여 주는 정황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만일 비행체가 드론이 아닌 미사일이었다면 선박이 침몰할 수 있는 수준의 타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 미사일보다는 드론의 공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사일이면 선박을 더 깊이 관통해 깊숙한 곳에서 터졌을 것"이라며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 수준의 피해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이란 외교당국, '전면 부인'했지만…혁명수비대와 불협화음 여전?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쿠제치 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채 청사를 떠났다. 2026.5.10 ⓒ 뉴스1 임세영 기자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박윤주 1차관을 만났다. 외교부는 "이란도 이번 사안의 관련국이기 때문에 우리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설명했지만, 그간 외부 공격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온 우리 정부가 현지 조사를 마친 직후 이란 대사를 부른 것은 사실상 이란에게 책임을 묻는 '초치'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제치 대사는 박 차관과의 면담을 끝내고 나가는 길에 기자들과 마주쳤지만, 이날 나눈 대화의 내용이나 나무호의 공격 주체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를 떠났다.

만약 이번 나무호 사고가 이란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상당한 외교적 파장 및 후폭풍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가 이란의 피격으로 인한 것이라며 '이란 공격설'을 폈지만, 이란 외교부와 주한이란대사관은 "나무호 폭발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어떠한 주장도 단호히 부인한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의 국영 매체인 프레스TV는 지난 6일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공격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당시 프레스TV는 "이란이 새롭게 정한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란이 무력(kinetic action)을 통해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튿날 주한이란대사관은 다시 "해당 기사는 외부 분석 데스크가 작성한 논평일 뿐이다. 이란 정부나 주한이란대사관의 공식 성명과 입장이 아니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정부의 조사로 인해 이란의 행정부와 노선이 다른 강경파 세력인 '혁명수비대'가 자의적인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중동사태 발발 직후부터 행정부 중심의 '협상파'와 강경 노선의 혁명수비대의 분열상은 노골적으로 드러나곤 했다. 이란의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슈키안이 '협상 가능성'을 제기하자 혁명수비대가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말을 듣지 말라"라고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이란의 반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5일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혁명수비대가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UAE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단행한 것을 두고 강하게 분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란 지도부 내 마찰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미국과의 종전 협상 방식과 시기 등을 두고 심화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31개의 이란 각 주의 혁명수비대의 지휘관은 지도부의 궤멸 등 유사시 자의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외부에 대한 공격 및 반격을 감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 대한 예상치 못한 공격은 언제든 발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나무호 사고 역시 혁명수비대 측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가 이어지자 보복 등의 차원에서 '협상파'와의 사전 협의 없이 외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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