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난제 넘겼지만…트럼프 압박에 韓 균형외교 '흔들'

韓엔 이란도 중요한데…트럼프, '군사적 지원' 지속 요구에 난감
중동전쟁 끝나도 균형 흔드는 트럼프 외교 지속 예상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현황 이미지. 2026.05.04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복원을 위해 한국에 동참을 요구한 군사작전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중동 파병'이라는 난제도 일단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계기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미국의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한국의 '균형 외교' 장에 발생한 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6일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에 또 하나의 숙제가 제기된 셈이다.

美, 이란과 무력 충돌 중지 선언…韓, 군사적 동참 요구 대응 시간 벌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5.05. ⓒ 로이터=뉴스1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지난 2월 28일 시작한 대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의 '구출'을 위해 지난 4일 시작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나서 '프리덤' 작전의 이행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장기 체류 중인 한국 선사의 선박 'HMM 나무'호에 발생한 폭발과 화재 사고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는 주장을 전개하며 한국에 '결자해지'하라는 차원의 동참 압박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한 선박 이동 과정에서 관련 없는 국가들을 향해 일부 공격을 가했으며, 여기에는 한국 화물선도 포함된다"면서 "한국이 (호르무즈 일대에) 와서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5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선사의 선박 화재 사건과 관련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프리덤 작전 동참을 촉구했는데, 한국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면서 "그런 식의 표적 공격이 이란이 자행하는 무차별적인 행태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HMM 나무'호의 모습. (한국선급 제공,재판매 및 DB금지)2026.5.5 ⓒ 뉴스1

정부는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 등의 요구에 '동참을 검토한다'라며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원, 즉 파병의 조건으로 한반도 대비태세에 구멍이 없어야 하며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내법을 들며 나름의 '허들'도 제시했다.

이는 원유 수입양의 70%를 중동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선 이란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최선의 전략적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일방 외교'를 어떻게든 '균형 외교'로 받아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정병하 외교부 극지협력대표를 이란에 보내는 외교부 장관의 특사로 임명해 임명 하루 만에 테헤란으로 급파했다. 정 특사는 보름 넘게 이란에 머물며 다각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등 중동 외교에 공을 들였다.

英·佛 주도 다자 협력체 논의되자 'MFC'로 맞불 놓은 美…반복되는 선택의 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7 ⓒ 뉴스1 허경 기자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공습한 이후 자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동맹들이 참여할 것을 거듭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등은 이에 응하기보다 미국을 배제한 채 다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노선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 등 주요 동맹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지도, 호응하지도 않는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하면서도 지난 3월부터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구성이 추진된 다자 협의체 참석은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지난달에는 4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화상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이란을 공격하려는 미국의 구상에서 한 발 벗어난 방식으로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중심의 중동질서 구축 의지를 재차 드러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8일 각국 주재 대사관에 호르무즈 해협 상선 항행을 위한 '해양자유구상'(MFC) 참여를 주재국 정부에 요청하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MFC 구상은 국제사회를 향한 중동사태 '동참' 요청이 한 차례 거부당한 이후 재추진되는 것으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조기에 체결된다면 미국의 동참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