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국경선' 내세운 北…정전체제 흔들림 속 공존 해법 모색해야"
전략연 '정전체제 위기와 새 공존 모색' 보고서
"'국경화' 시도는 위기이자 기회…남북기본협정 논의 필요"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남부국경선'으로 재정의하며 정전체제 자체를 흔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공존 질서를 모색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남부국경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정전체제의 위기와 새로운 공존의 모색' 보고서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해 군사분계선을 사실상 국경선으로 고착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사분계선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잠정적 군사 통제선에 불과하지만, 북한은 이를 '영구적 국경'으로 규정하며 경의선·동해선 차단과 장벽 설치 등 물리적 국경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최근 몇년새 MDL을 '남부국경선'으로 재정의하며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적대 관계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헌법상 통일 관련 조항의 개정을 지시하며 남북을 더 이상 통일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북한은 2024년 10월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폭파하고 이를 '남부국경' 차원의 조치로 공식화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정전체제를 약화시키고 향후 접경 충돌을 '영토 침범 대응'으로 규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단순한 용어 변경을 넘어 남북의 법적·물리적 단절을 고착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하며 이러한 변화는 군사적 긴장을 구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정전협정 위반'으로 관리되던 사안이 향후 '영토 침략'으로 규정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북한이 독자적인 영해를 주장할 경우 분쟁 위험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위기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공존 질서를 모색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의 '두 국가론'은 결국 외부로부터 국가성을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갖는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 간 공존의 규칙을 재정립하는 협상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 간 인식 차이를 해소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합의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기본협정' 구상이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며, 기존의 민족 담론 중심 접근만으로는 현재의 갈등 구조를 관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향후 남북관계 재설정 과정에서는 북한의 국가성 인정 요구와 국경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헌법 정신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대응 원칙에 대한 사전 합의가 필요하되 대외적으로는 북한과의 협상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을 냈다.
김 연구위원은 동서독 기본조약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당시 양측은 국경선 명칭을 둘러싼 갈등 끝에 '기존 경계'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타협한 바 있으며, 이는 남북 간 국경·주권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남부국경선' 주장은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남북 간 새로운 공존 방식과 규칙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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