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멈춘 핵잠"…한미동맹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한반도 GPS]
투자 지연에 쿠팡 갈등까지 겹쳐…경제 문제가 안보까지 번지는 이유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기업의 문제지만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지난 24일 발언을 보면, 최근 한미관계의 흐름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통상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핵추진잠수함(핵잠)이나 원자력 협력 같은 안보 의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월에 개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간 핵잠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는 미국 측에서 대표단 구성을 미루면서 4개월째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외교가에서는 두 가지 사안이 겹쳐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대미 투자 지연이고, 다른 하나는 쿠팡 사태입니다.
한미는 지난해 지난한 관세·통상 협상을 통해 한국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첫 사업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도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습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데다 투자 수익성의 불확실성도 크다 보니 기업들이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미국과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관계도 철저하게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그 때문에 미국 측에서 "협력의 문을 열어놨는데, 왜 약속한 투자 계획이 아직도 안 나오느냐"는 식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줄 것(투자)을 안 주면 우리도 (핵잠을) 줄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외교부 내부에선 '1호 대미 투자 사업'의 구체적인 그림이 먼저 윤곽을 드러내야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개정을 위한 한미의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옵니다.
쿠팡 사태도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이 사안은 지난해 6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이 사태를 계기로 쿠팡의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서자, 미국 측은 이를 '미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모두 퍼졌다고 합니다.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국무부와 국방부는 예정된 한미 협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쿠팡 사태가 불거지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미국의 반감을 산 상황에서 대미 투자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 것에 미국이 '태클'을 걸면서 일이 커진 듯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한미동맹이 이제 '매일 바뀌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과거엔 통상 문제와 안보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듯했는데, 최근에는 '국익'이 걸려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안이 하나의 패키지로 다뤄지는 듯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안보의 경제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부의 의사결정도 이런 박자에 맞춰야 하는데, 미국처럼 '강력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한국의 입지와, 전례 없던 박자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겹쳐 길을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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