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장기 특사' 이란 파견 2주째…외무장관 만나 대면

미·이란 종전 협상 지켜보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에 총력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특사 면담 사진 공개…소통 원활한 듯

이란에 파견된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 (외교부 제공)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및 협상의 추이를 확인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란을 찾은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가 테헤란에 파견된 지 2주를 맞이하고 있다.

특사로서는 초유의 '장기 체류' 중인 정 특사는 '깜깜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란과의 소통은 비교적 원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 특사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2주 휴전' 합의에 따라 협상 국면으로 전개된 직후인 지난 10일 출국해 이날까지 테헤란에 머물고 있다.

정 특사는 2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세와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정 특사와 아라그치 장관의 면담 사실을 SNS를 통해 먼저 공개했는데, 이는 양국의 소통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중동사태 이후 이란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져, 이란도 나름의 성의 있는 대응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정 특사에게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라며 "이란의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조치를 취해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은 자위적 조치이며, 자유로운 통항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 측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정 특사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인사를 전하며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휴전에 대한 환영과 함께 전쟁 종식과 지역의 평화, 안정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전까지 '장기 체류' 예상…적극적 중동 외교로 에너지 문제 해결 총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약 2000척의 전 세계 선박의 발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이는 초유의 상황으로 번지면서 에너지 공급망 문제로 확장됐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결정으로 한때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호르무즈를 포함해 이란 해상을 봉쇄하는 작전에 돌입하며 긴장은 여전한 상황이다.

각국은 이란과의 물밑, 직접 소통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외무부 등 행정부와 혁명수비대 간의 이견도 노출되는 등 이란 측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다른 나라와 달리 이란 현지에 특사를 보낸 것은 복잡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빠른 판단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는 특사의 파견이 "현지에서 우리 국민과 대사관, 선박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제한적인 설명을 하고 있지만, 정 특사는 종합적 판단을 위해 다각적으로 이란 측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시도를 지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초 이란과 개별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바뀌자 기조를 바꿔 직접 접촉에 나섰다. 이후 이란과 걸프 주요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우리 선박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중동 외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이란 양자 소통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즉각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어떠한 협상을 통해 이란이 한국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더라도, 미국과의 협의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