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동맥 뚫을 '다국적군' 어떻게 구성될까[한반도 GPS]
영·프, 중동 군사기지 거점으로 교대 지휘하는 순환 모델 구축할 듯
이르면 4월 말 '다국적군' 청사진 드러난다…韓 '실질적 기여' 주목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에너지 봉쇄'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와 생필품 가격이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수로 확보를 목표로 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다국적군' 구상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석유 수입의 75%, 액화천연가스의 60%가량을 의존하는 한국 역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모색 중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22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영국 합동군사령부(PJHQ)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관련 다국적 임무 수행을 논의하는 군사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지난 17일 에마니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합의한 독자적, 방어적 임무를 수행하는 다국적군 창설을 구체화하는 실무 회의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도 중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방부 실무진과 현지 국방 무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회의에선 다국적군의 역할과 작전 범위, 투입 시기 등이 보다 선명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라는 공동의 이익 아래에서 출범하게 된 연합체인만큼, 국제 안보의 일정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오던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이 기뢰 제거 및 상선 보호라는 방어적 측면의 군사 작전에서 어느 정도의 협동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국적군은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바레인에 본부를 둔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는 별개의 '공동 지휘 체계'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영·프 다국적군 구성이 이란의 해협 봉쇄에 물리력으로 대응하는 미군과는 별개의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해 이란의 공격 등 위협적 행위를 막고 실질적인 통행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또 바레인에 있는 영국의 해군 기지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프랑스 군사 기지를 거점으로 교대 지휘하는 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유력 검토되는데요. 이는 다국적군 투입 후 야기될 외교적 보복 위험 가능성을 분산하고 참여국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책으로 보입니다. 영·프 주도 다국적군 투입에 지지 의사를 보인 국가는 50여개국, 군사 및 물류 지원 등 실질적 기여 의사를 밝힌 국가들은 30여개국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국적군의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항로를 확보하는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엔 상선들의 원활한 통행 보장을 위한 국제 수로, 일명 교통분리구역(TSS)이 설정돼 있는데요. 이곳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상선 공격을 방어하는 게 주 임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뢰 소해(掃海) 임무엔 영국의 베이급 상륙함이자 수중드론 등 무인 기뢰 장비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RFA 라임 베이함, 무인 수상정인 RNMB 해리어 등이 투입될 것으로 거론됩니다. 일부 외신에선 다국적군 파견이 현실화할 경우, 우수한 성능을 지닌 한국의 450톤급(6척)·730톤급(6척) 소해함 파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이동 시간 등이 변수입니다.
다국적군 투입과 관련한 전력 배치 계획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쯤엔 확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해협이 한 달 가까이 봉쇄되면서 각국의 유류 운송 및 물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을뿐더러,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7~21일) 기간이 마무리되며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란과 통일된 협상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휴전 연장을 제안한 반면, 이란은 미국의 제안이 기습공격을 위해 시간을 버는 행위라며 곧바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한국 역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핵심 이해당사자임을 강조하며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 공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해함 파견뿐 아니라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인접국 해역에 정박해 있다가 통행 재개를 대비해 입구 쪽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작전구역서 대기 중인 우리 부대들도 상황에 따라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조속히 완화되길 희망합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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