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워싱턴의 '서울 길들이기'는 안 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6.4.15 ⓒ 뉴스1 유승관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6.4.1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 핵시설' 언급을 '정보 자산권' 침해, 일종의 기밀 누설로 규정하면서 한미관계가 또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은 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과 강선에 이어 북한의 제3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지역으로 구성을 지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영변·강선과 달리 구성은 한미가 당국 차원에서 북한의 핵시설 소재지로 공식 확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미국의 입장엔 선명한 차이가 있다. 통일부는 정 장관이 2016년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와 2024년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의 인터뷰, 2025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등에 나온 구성 관련 언급을 보고 해당 내용을 인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정 장관이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도 구성의 핵시설을 언급했다며, 관련 내용을 국무위원 임명 후 한미가 공유한 정보를 통해 인지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주한미대사관 등을 통해 미국 측에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보 공유 중단'이라는 강경 조치가 나온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반면 미국은 자신들의 정찰자산으로 입수해 한국에 공유한 정보가 협의 없이 노출됐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대북 정보는 언론의 접근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솔직히 양측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팩트체크'하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미 구성의 핵시설이 미국의 연구기관 보고서에 등장해 왔고, 이번 사안에 대해 통일부가 며칠간 논리적이고 일관한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미국이 '보복 조치'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은 다소 과해 보인다. 게다가 대북 정보는 한미가 각자의 정보를 교환해 하나의 판단을 내리는 것임에도, 마치 대북 정보 공유가 시혜성 조치처럼 행동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미국이 민감한 이유는 '구성'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정 장관은 그간 남북관계를 한미동맹 중심이 아닌 남북관계 중심으로 풀자는 '자주파'의 대표 주자로 활동해 왔다. 이는 한미 간 소통을 중시하는 '동맹파'와의 갈등 요인이기도 했다.

이 지점이 '동맹의 충성'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워싱턴이 '서울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 사안은 트럼프식 외교의 부작용으로 보는 게 적절하지 한미의 잘잘못을 따질 문제가 아닐 것이다. 미국이 부디 감정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