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대만 '중국(대만)' 표기 공세…되레 자충수[한반도 GPS]
'시한·보복' 예고에…주한대만대표부는 국회서도 '여론전'
공개적 요구 커질 수록…韓 외교 대응 범위는 더욱 좁아져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대만 외교 당국이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의 '중국(대만)' 표기 사안을 둘러싸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외교가에선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시한을 못 박은 압박과 공개 여론전을 병행하면서 외교결례라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최근 대만은 오는 3월 31일까지 이른바 중국(대만) 표기 문제에 대한 시정 방안을 내놓을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부터 대만 전자입국서류상 출생지·거주지 항목에 한국 명칭을 기존 '한국'을 뜻하는 'Korea, Republic of'에서 '남한'을 뜻하는 'KOREA(SOUTH)'로 바꾸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입니다.
이미 대만 정부는 '외국인 거류증'의 국적 표시 중 한국을 '남한'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 다시 추가 조치를 예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외교적 해법을 좁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 측은 주한대표부를 통해 국회를 방문, 일부 의원들을 접촉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간 협의 채널을 넘어 입법부와 여론을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이지만, 한국 외교 당국 입장에선 오히려 대응 공간을 제약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만의 대응 방식에서 드러나는 일종의 '이중성'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만은 덴마크가 외국인 거류증'에 대만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데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시한을 설정하거나 '보복 조치'를 예고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동일 사안을 두고도 국가별로 다른 대응을 보이면서, 한국을 상대로 한 압박 수위만 유독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대만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대만인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외국인 등록증에 '중국(대만)' 표기를 유지해 온 데 대해서는 별도로 항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전자입국신고서에 '직전 출발지'를 선택하는 란에는 '중국(대만)'이라는 표기가 돼 있지만, 이름과 여권번호 등 개인 신상을 기재하는 '기본정보' 기입란에는 '대만(Taiwan)'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어찌 보면 출발지 보다 상위 개념인 기본정보 자체에 대만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건 한국의 '배려'라고 볼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대만의 강경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메시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훼손이라는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외교가에선 대만 정부가 갑자기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는 대만의 라이칭더 정부가 국내 지지자들을 의식해 '대만 주권 수호'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대만은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만의 이번 강경 대응을 두고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부각시키고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한국 정부는 오히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해당 사안이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경우, 정책 결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적으로 존중해 왔으며, 대만과는 비공식적 실질협력을 추구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대만에 의해 부각된 특정 표기 변경은 곧바로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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