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우리 하늘 지키기까지 25년…KF-21 보라매 개발사

2001년 DJ 국산화 선언…기술·경제성 논란 파고 넘어 본격화
美 핵심 기술 이전 불가 통보 국산화로 극복…오는 9월 실전배치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KF-21 양산 1호기가 공개되고 있다. 2026.3.2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투기 국산화 비전 발표로부터 25년 만에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공군은 성능 확인 절차를 걸쳐 오는 9월에 실전 배치하고 2032년까지 총 120대를 확보해 운영할 방침이다.

25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에서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고식에서 "자그마치 25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오늘의 이 순간을 만들었다"면서 "본인들의 삶을 바쳐가며 개발과 제작에 매진했던 그 헌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우리의 영공을 우리 힘으로 수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은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 전투 조종사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늦어도 2015년까지는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공군은 2002년 5월 한국형 전투기 확보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부터 6년 가까이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관 선행 연구와 학계의 사업 타당성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1년 6월에야 탐색 개발에 들어갔다.

6년의 선행연구 동안 국내 기술 수준이 낮고 수익성 문제도 있어 사업 추진이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와, 이미 기술력을 갖췄고 전투기 구매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연구가 충돌하면서 네 차례에 걸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고비는 기본적인 설계 단계인 탐색 개발을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KF-X 사업의 성공 가능성, 사업 타당성, 기술력, 경제성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13년 국방예산에서 체계개발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KF-X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개발사업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비용 전체 8조 8000억 원 가운데 20%(약 1조 7663억 원)를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참여했다.

2019년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왼쪽)과 안느 꾸스마야띠 인도네시아 연구개발원장이 경남 사천 한국항공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KF-X) 상세설계검토회의를 가졌다. 2019.9.26 ⓒ 뉴스1(방위사업청 제공)

방위사업청은 2015년 KAI와 체계개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기술 이전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2015년 4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추적장비(IRST), 전자광학표적추적장비(EO TGP), 통합전자전장비(EW Suite) 등 4개 핵심 장비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이들 장비 개발은 국산 기술로 하기로 계획을 바꾸고, 제3국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체계개발 시작으로부터 6년 만인 2021년 4월 첫 시제기가 출고됐고 비행시험 잠정전투용적합 판정 등을 거쳐 이날 비로소 양산 1호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KF-21은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에 이르는 과정까지 약 6만 4500여명의 연구·기술진이 투입됐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이전받지 못한 레이더 등 주요 장비는 모두 국산화로 채웠다. 이번 양산 1호기 기준 국산화율은 약 65% 수준으로 알려졌다.

개발 과정에서 KAI가 체계 통합을 담당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엔진과 무장 체계를, 한화시스템(272210)은 항전 장비를 각각 담당했다. 엔진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터보팬 엔진이, 공대공미사일에는 독일 디힐디펜스의 AIM-2000과 영국 MBDA의 '미티어'가 탑재됐다. 장거리 공대지순항미사일(ALCM)은 엘아이지넥스원(079550)과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방사청과 KAI, 산·학·연은 KF-21의 성능 검증을 위해 총 6대의 시제기를 활용해 지상 시험 955회, 비행시험 1601회를 진행했다.

세계에서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대만에 이어 우리나라가 13번째다. 이 가운데 스웨덴·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5개국은 공동으로 전투기(유로파이터)를 개발했다

KF-21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유연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다수 국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16대를 도입 계약을 이달 말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KF-21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출고된 KF-21 양산 1호기는 제작사와 공군의 성능 확인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KF-21은 오는 2028년까지 초도 물량 40대가 양산되고, 공대지 능력을 강화한 기종은 2029년부터 2032년까지 총 80대가 양산될 예정이다. 군은 2032년까지 KF-21 120대를 실전 배치해 F-4, F-5 전투기를 완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