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레드라인 위험하다…"4가지 중 2가지 조건 충족"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 걸프국의 참전 요건 4가지 제시
레바논 민간인 피해와 카타르 가스 시설 공습으로 확전 '위험 수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이란은 보복 조치로 주변국의 미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사태가 중동 전체로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사태 발발 후 아직까지 중동 국가 중 이번 사태에 본격 '참전'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및 지상군 투입으로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이란과 카타르가 가스전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중동사태가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20일 제기되고 있다. 중동국들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선인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중동 전문가인 문병준 전 사우디대사대리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걸프 국가들은 왜 이란의 공격에도 반격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중동 사태로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이 이란의 공격을 받는 등 전쟁터의 한복판에 놓였지만 아직 이들은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이는 무력함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이라고 짚었다.
문 전 대사대리에 따르면 걸프국들이 참전하지 않는 이유는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득보다 경제적 타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중동의 교통·금융·물류 허브이자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명성 아래 각국의 투자자와 관광객들을 끌어모아 왔다.
마찬가지로 사우디 역시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네옴·디리야·키디야 등 대형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기술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전쟁에 가담할 경우 안정적인 경제 구조와 투자 환경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은 최대한 피해 왔을 것이라는 게 문 전 대사대리의 설명이다.
미국 역시 걸프국가들이 가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시설과 공항, 항만 등이 마비되는 상황은 원치 않고 있다고 문 전 대사대리는 분석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의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걸프국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사대리는 걸프국들이 참전을 결정하게 될 상황을 △대규모 민간 사상자 발생 △에너지 인프라의 장기간 마비 △왕궁 등 핵심 통치 시설에 대한 타격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 대한 타격 등 4가지로 꼽았다.
실제 문 전 대사대리의 상황 진단이 나온 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군 투입으로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를 폭격하자 이란은 카타르의 세계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UAE,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을 보복 공습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 전 대사대리가 제시한 '확전의 기준' 4개 가운데 2개가 일정 수준 악화한 셈이다.
만일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과 반격이 확대되거나 '국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건이 새로 발생하면 중동사태가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문 전 대사대리는 사우디의 입장이 향후 확전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미국과의 관계 측면 등에서 사우디가 걸프국들 가운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달 초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사우디 영토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 사우디도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경우 "사우디 내 미군기지를 이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