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공중 급유' 등 파병 우회로 모색…정부도 예의 주시

파병 요청받은 국가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와 만남
전문가 "미일 정상회담, 한국에도 리트머스지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미 투자와 대중 견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파병 리스크'를 계산해야 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공중 급유 지원'이나 '조사 목적의 자위대 파견' 등의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직 미국의 파병 요구가 유효한 상황에서, 정부도 양국의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전략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에 백악관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워싱턴D.C로 출국했다. 그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 요청을 받은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군함을 파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는 국가가 없자 노골적인 불만 표출에 이어 '보복'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출국 전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군함 파견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일본 법률 내에서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겠다.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생각이다"라며 '무조건적 수용'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안보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는 국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군함을 파견하는 방안이 가능한지를 검토했지만, 일본의 '평화헌법'이 국제분쟁에 개입하는 전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는 불가능하며,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과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무력 행사를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파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걸림돌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4~15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82%는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답했고, 국민민주당 등 야권 역시 자위대 파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日, 아베 때 썼던 '조사 목적 자위대 파견' 가능성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훈련. 2026.02.16 ⓒ AFP=뉴스1

이러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군함을 보내지는 않더라도 미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 급유를 지원하거나, 전투 임무를 배제한 '조사 및 연구 목적'의 자위대 전력을 보내는 등 '우회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일정 부분 응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사 목적의 자위대 파견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고조된 긴장 국면 때 아베 정부는 표면적으로 일본 선박의 안전을 위한 정보 수집 임무만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해상자위대 구축함 1척과 P-3C 초계기 등을 오만만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 보낸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엔 지금처럼 무력 충돌, 즉 전쟁 상황이 아니었고 그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수준도 더 높아져 이같은 방식이 다시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제시할 '해법'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함정 파견 요청을 받은 정부의 대응에 있어서도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리트머스지'가 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정치적 판단과 국제법적 위험요소 등이 얽힌 매우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먼저 행동하는 것보다는 선례를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무조건 낫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산업 구조라든지 미국과의 관계 측면에서 여타 중국, 프랑스, 영국보다 일본이 우리와 훨씬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이 제안한 구상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우리 정부는 잘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다른 나라 외교 당국 간의 일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별도의 협의를 일본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동 상황 등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신경 써야 할 관련 동향들에 대해서는 주일본대사관 등을 통해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