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도우라는 트럼프, '충성' 요구하며 동맹 들들 볶는다

미군 주둔 대가로 파병 요구…빗나간 '거래 외교'
"각국 열정의 수준, 내게 매우 중요" 동맹국에 '충성 시험'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3.16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파병을 요구하는 근거로 주한미군 등 미국 군대의 주둔이 '미국의 희생'이기 때문에 이에 보답하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17일 제기된다.

대중 견제 등 '전략적 활용' 강화하면서…주한미군 주둔이 '시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중국·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언급하며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일본·독일에 대해 모두 "4만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주한미군은 2만 8500여 명, 주일미군은 5만여 명, 주독미군은 3만 5000여 명 수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미국의 시혜적 조치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숫자를 뭉뚱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40여년 동안 여러분을 보호했다"라거나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대를 보내 이란과의 전쟁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강력한 대북억제력으로 한반도 안보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기치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방비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2.32%에서 3.5%까지 올리는 양국의 합의도 이뤄졌다.

특히 미국은 중동사태 발발 후 부족한 방공망을 보충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부는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주한미군의 역할과 용도를 자의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이유로 한국이 중동에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이미지. ⓒ 로이터=뉴스1
동맹에 '충성 시험' 논란…美, 중동사태 대응 어렵나

중동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는 점차 동맹국을 '시험'에 들게 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치거나 복잡한 정세 속에서 각국의 외교적 판단을 조율하기보다 '누가 더 미국 편에 서느냐'를 시험하는 방식으로, '충성'도 동맹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중) 일부는 매우 열정적이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지원하고 보호해 온 국가는 그렇지 않았다"며 "열정의 정도는 내게 중요하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이는 '진정한 동맹'을 판단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기분에 달렸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 달 연기할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미국이 자신들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사태의 출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구체적인 국가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참여 요청 국가를 7개국으로 늘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협의체' 구성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이 정도로 장기화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이 빠르게 물러설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이어 "미국도 당분간은 이 상황에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전략도 중요해진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트럼프의 협상 전략을 보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참전을 유도하는 것이 이란을 압박해 이번 사태의 출구를 찾기 위한 제스처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