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가는 주한미군 사드…파괴된 '신의 눈' 방공레이더 공백 메우나

중동 미군기지 방공 레이더 다수 피해…5500㎞ 탐지 장비도 파괴
美 주한미군 자산 연이은 이동에 "한국 안보 구멍" 우려도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모습. 2021.5.14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미국이 이란 공습 후 중동사태의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주한미군의 자산이 계속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다. 미군이 중동의 우방국에 설치한 방공 자산에서 발생한 구멍을 한반도에 배치됐던 자산으로 메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받는 한국의 안보태세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北 ICBM 등 핵미사일 요격하는 패트리엇·사드 레이더, 중동에 투입 정황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최근 한반도에 배치됐던 주한미군의 대표적인 대공무기인 패트리엇 포대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이 사실상 확인된 데 이어 불거진 것이다.

주한미군은 지난 2016년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하고 이듬해 9월 경북 성주기지에 사드 1개 포대 배치를 마쳤다.

사드는 지상으로부터 40~150㎞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비다. 1개 포대는 8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 6대, 최대 3000㎞까지 탐지할 수 있는 AN/TPY-2 이동식 레이더 1대, 통제소로 이뤄져 있다. 최대 상승고도가 25~30㎞인 패트리엇 미사일에 비해 훨씬 높은 곳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북한이 미국 본토나 괌 등을 노려 발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체계로 여겨진다.

앞서 미국은 주한미군에 배치된 지대공 방공 무기 패트리엇(PAC-3) 발사대와 미사일 등을 중동으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17 등 미군의 대형 수송기들이 오산기지를 출발해 유럽을 거쳐 지중해 동부 연안에 나타나면서 주한미군 자산의 중동 반출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에 배치된 가장 고성능 방공 자산인 사드의 반출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이다.

군은 주한미군의 자산의 반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한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도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 인근 AN/FPS-132 레이더의 모습.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난 2일 알우데이드에 배치된 방공레이더 AN/FPS-132를 드론공격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2026.3.10./ⓒ 뉴스1(구글어스 캡쳐)

미국은 열흘이 넘어가는 이란 공습 과정에서 방공망을 보충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주변 중동국가에 설치된 고성능 레이더에 대한 공격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이란 미사일에 대한 사전탐지 및 공습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 방공 조기경보 레이더 'AN/FPS-132'를 드론 공격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AN/FPS-132 레이더는 탐지 각도 120도, 최대 탐지 거리가 약 5500㎞에 이르는 지상 레이더 장비로, 가격은 약 11억 달러(1조 6143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이 레이더는 동북 방향으로 배치돼 이란 전역의 미사일 발사 탐지 임무를 수행하면서 '미국의 눈' 또는 '신의 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의 알 루와이스 미군기지와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장비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이같은 '효과적인 공습'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정보가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실제 미국이 입은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한국에 배치됐던 사드 장비는 일부 능력을 상실한 '미국의 눈'을 다시 띄우기 위해 급하게 투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중동에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군 기지가 있고, 자폭 드론이 미국의 최첨단 방공레이더를 타격한 만큼 미군기지 보호 차원으로도 필요할 것으로 파괴된 레이더 장비를 대체하기 위해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사드, 사실상 철수 효과?…복귀 안 하면 한국 안보태세에는 '구멍'

다만 이같은 주한미군 자산의 연이은 반출이 한국의 안보태세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한반도의 방공망이 차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사드의 경우 한국에는 1개 포대가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이 포대의 레이더가 반출됐을 경우 사실상 사드부대의 '철수'와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북한의 ICBM,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파괴력이 높은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이 크게 상실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한미는 반출된 주한미군 자산과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으로 반출된 자산이 한반도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주한미군은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파견한 주한미군 전투부대를 복귀시키지 않은 전례가 있다. 아울러 중동에 투입된 사드 전력이 이란의 공습 등으로 손상될 경우에도 한반도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