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美 '전략적 유연성' 가시화?…단순 '무기 반출' 가능성도

美 수송기, 오산기지에 집결했다 떠나…패트리엇 등 반출 가능성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중동까지 확대되나…전력 공백 우려 해소 필요

8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C-5 수송기가 계류되어 있다. 2026.3.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중동사태에 집중하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력 일부를 중동 지역으로 옮긴 정황이 나타나면서 이번 사태가 역외 주둔 중인 군대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정책 기조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9일 나온다.

미국은 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주한미군을 비롯해 타지역에 배치된 무기를 미 본토 또는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 소통이 얼마나 긴밀히 이뤄지는지, 순환 배치로 인한 전력 공백을 한미가 어떻게 보완하는지 등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美 수송기, 오산기지에 집결했다 떠나…패트리엇 등 반출 가능성

민간이 운영하는 실시간 항공 추적 사이트 등에 따르면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식별됐던 C-5, C-17 수송기들은 대부분 한국을 떠나 미 본토 또는 중동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수송기의 이륙은 이란 공습이 시작된 28일 이후부터 집중됐는데, 두 수송기는 통상 패트리엇 포대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이동시킬 때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전력 및 장비의 이동에 대해선 "한반도 방어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다. 다만 한반도 내 다른 미군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가 오산 기지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되거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다연장로켓포 및 사드 차출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전력 이동이 사실상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선제적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미사일 비축 물량 등을 끌어모으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에 위치한 표적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 이란 역시 이에 맞대응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쿠웨이트, 바레인 등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들 인접국들은 에너지 등 핵심 시설 공격이 이어진다면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는 등 중동사태는 연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8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에 위치한 미사일 기지 터널 입구가 파괴됐다. 2026.3.8 ⓒ 로이터=뉴스1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중동까지 확대되나…전력 공백 우려 해소 필요

일각에선 주한미군의 전력 이동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동맹 현대화'에 따른 해외 주둔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중동으로의 미 전력 이동이 국제 분쟁 발생 시 병력과 장비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신속대응군'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통상 한반도의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되, 북핵 억제나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인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사안에서는 미군이 주한미군의 전력 투입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는 한미가 지난 2006년 합의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되, 미국이 이를 행사할 경우 한국의 동의 없이 한국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한다"라는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이 내용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서도 재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주한미군이 관여하는 분쟁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을 넘어 사실상 전 세계로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올해 초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발표 이후 '전략적 유연성'이 적용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동맹 현대화' 보고서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패트리엇과 사드 포대가 중동으로 이동했다가 복귀한 사례를 한미 간 실무 차원의 전략적 유연성이 작동한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주한미군 전력의 빈자리가 한반도 안보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령 사드의 경우 현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서 고고도 방어를 담당해 중동이나 미 본토로 반출될 경우 방공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한국형 사드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은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사드가 한반도 밖으로 반출된다면 구축함 등을 통해 SM-3 등을 발사해 막는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사드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동은 국방전략(NDS)이나 국가안보전략서(NSS) 등에 명시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우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지역인 점, 이번 주한미군 전력 차출이 영구적 개편이 아닌 일시적 지원인 점을 고려하면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정훈 국립연구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번 중동 전쟁에서의 주한미군 전력 반출은 전쟁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이고,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하면 미국은 대북 방어를 위한 핵심 전력은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의 우선순위에 부합하게 해외에 주둔 전력을 개편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으로 보기엔 섣부른 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