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문민화 방점은 '고위직 물갈이'…주요 보직에 민간인 비중 늘려
군의 '밀실 소통' 계엄 배후로 지목…60여년 만에 민간인 장관으로 신호탄
예비역 출신의 영향력 견제 조치 지속하는 軍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비상계엄 잔재 청산을 내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방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군 문민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연루된 군 지휘관과 주요 실무자들이 육군사관학교 등 '군 인연'을 매개로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소통을 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민 통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정부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고위급 인사에 민간 출신을 임명하고, 예비역과 현역 군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문민 통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군 조직의 특수성이 간과되거나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장을 현역 군인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 맡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직위엔 영관급 장교 대신 부이사관·과학기술서기관·서기관이 보임하게 된다. 이 자리는 군 인사 정책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그동안 육군 대령이 주로 맡아왔다. 이번 조치로 인사 정책의 주도권이 민간 공무원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기획관리과장이 수행하던 장성급 장교 및 2급 군무원 인사 등 주요 업무는 인사복지실 산하 군인사운영팀이 담당한다. 서기관급 일반직 공무원이 팀을 이끌며, 장성급 인사와 제청심의위원회 운영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성준 인사복지실장 역시 행정고시 출신의 일반직 공무원으로, 이번 개편을 통해 군 인사 전반에 대한 문민 통제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계엄 잔재 청산'을 공약으로 내세워 군의 문민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계엄 관련 의사결정이 폐쇄적·수직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육군사관학교 출신 인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등이 연루된 이른바 '충암파' 등 사적 인맥이 문제로 작용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국방부와 직할 기관의 고위직에 현역·예비역의 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고, 이는 국정과제에도 반영됐다.
군 문민화의 초점이 고위직 인사에 맞춰진 것은 과거 정부에서 추진된 문민 통제가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을 보완하려는 취지이기도 하다. 2006년 제정된 국방개혁법에 따라 국방부는 비군인 공무원 비율을 직급별 70% 수준으로 유지해 왔지만, 군 출신 인사를 태스크포스(TF)나 파견 형식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군 문민화는 군 장성 출신이 독점해 오던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안규백 장관을 임명하면서 본격화됐다. 안 장관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첫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5년 가까이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 다만 군 지휘체계의 안정성을 고려해 차관에는 예비역 중장을 임명했다.
안 장관 취임 이후 군 고위직에 대한 민간인 기용은 더욱 확대됐다. 군 장성이 맡아오던 군사보좌관 직위는 '국방보좌관'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현역 군인이 아닌 일반 고위공무원이 보임하도록 제도가 정비됐다.
군 인사를 총괄하는 국방부 인사기획관에는 보직 신설 이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직 공무원이 임명됐다. 국방부 4개 실장 중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행정·기술고시 출신 공직자가 발탁됐다.
또한 20여 년 만에 부활한 국방부 차관보 직위 역시 민간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차관보는 인공지능(AI) 정책 수립과 데이터 활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도 참가하는 등 군의 첨단 전력화 전반에 관여할 예정이다. 산하에는 국방인공지능기획국, 국방정보화국, 군수관리국 등이 설치된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전직 군인이 주요 보직에 임용될 경우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전역 후 최소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현역 군인이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한국도 이 같은 제도를 참고해 문민 통제와 군 경력 활용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성공적 문민 통제는 정치적 책임성과 군사적 전문성이 균형을 이뤄야 의미가 있다"며 "민간 주도의 개혁이 군 조직의 특수성을 훼손하거나 군의 대비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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