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 자명한 일본…2주 뒤 '다케시마의 날'이 한일관계 분기점

2월 22일 시마네현에서 행사…일각선 '우경화 예고편' 관측
예년처럼 차관급 아닌 '장관급' 각료 파견하면 한일 충돌 불가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압승으로 끝난 중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당선인의 이름 옆에 빨간 장미를 걸고 있다. 2026.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였던 조기 중의원 선거(총선)가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그가 총리 임명 전 선보였던 '강경 우파'의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9일 제기된다. 다카이치 체제 일본의 우경화 속도는 약 2주 뒤에 열릴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 행사가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의원 선거 압승과 동시에 '헌법 개정' 여론 증폭…'우경화' 불가피

자민당은 전날인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의원 전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했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일본유신회(36석)의 의석을 합치면 여당의 의석은 352석에 이른다.

자민당 단독으로도 개헌안 발의 의석수인 310석을 넘김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는 강력한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그가 총리 임명 전 공언한 '전쟁 가능 국가' 복귀 추진을 위한 헌법 제9조 개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자위대'가 실질적인 군대로 기능하기 위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배 후 '평화 조항' 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방어 기능'만 수행하는 자위대를 운영해 왔다.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을 계기로 자위대의 이름을 보통의 군대처럼 바꾸자는 여론도 같이 제기되기 때문에, 헌법 개정은 사실상 일본이 공식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군대를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의 헌법 9조 개정 추진은 일본의 입장에선 국제 정세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국익 차원의 논리로 진행 중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우경화의 상징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개헌을 위해선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참의원에서는 아직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2028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헌 분위기 조성을 위한 강경한 메시지 표출과 우경화 행보가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일본의 개헌 현실화와 무관하게 한일관계에 변수가 자주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월22일 흥사단독도수호본부, 한국독도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 철폐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세연 기자
'여자 아베' 본색 드러낼까…'다케시마의 날' 주목해야 하는 이유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 '여자 아베'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극우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 등에 대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한 '고노 담화' 등을 부정한 바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만 총리 임명 후엔 자신이 공언한 것과 달리 신중한 모습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 10월 야스쿠니 신사 가을 예대제(제사) 때 직접 참배 대신 공물만 봉납하거나, 과거사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다.

그는 중의원 선거 승리가 확실해진 뒤 후지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우선 동맹국과 주변 국가들에 제대로 이해를 얻어야 한다"면서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선거 승리로 당장 자신의 행보에 급격한 변화를 주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그가 '참배를 안 한다'는 명시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지 기반 공고화를 위해 오는 4월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 예대제에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의 의중과 일본 연립여당의 기조는 당장 오는 22일로 예정된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때 확인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제국 시절인 1905년 2월에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에 자체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당시 한일은 거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일본은 처음엔 "중앙 정부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우익 성향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때인 2014년엔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 정부 차원의 행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특히 2013년부턴 매년 행사 당일에 중앙 정부에서 차관급인 정무관을 파견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중앙 정부 인사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력이 있다. 그가 강력한 지지 기반을 확보한 올해부터 당장 자신의 공언을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예년 수준'으로 치르는 것을 기준선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행사의 급을 높일 경우 다케시마의 날 제정 당시와 못지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선거 승리가 지난해 10월 임명 후 선보인 그간의 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당장 노선을 크게 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외교적 현안이 중일 갈등 해소와 미국과의 공조라는 점에서, '우군'이어야 할 한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케시마의 날이 한일 간 '중대 변수'가 될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것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밀착을 지지하는 미국이 있고, 일본이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 발전시켜 나가자고 한 상황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키우면 이는 이재명 대통령을 대놓고 무시하는 조치나 다름없다"라며 "다카이치 총리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당장 한국을 자극하는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