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일본…중일 갈등 '구도 변경' 시도하면 한국은 부담 증가

자민당 '역대급' 압승으로 중일 갈등 '강경 대응' 여론 업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역대급 승리'로 귀결된 총선 출구조사가 나온 이후 자민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역대급' 승리를 거두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강력한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다카이치 체제의 입지가 크게 강화하면서, 일본이 수세에 몰렸던 중일 갈등의 구도와 현상을 바꾸려 할 가능성도 9일 제기된다. 이는 한중관계 개선 흐름을 타고 있는 한국에는 외교적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

"日이 강해지면 美도 강해져"…美日, '대중 견제' 공조 강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했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일본유신회(36석)의 의석을 합치면 여당의 의석은 352석에 이른다. 일본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넘긴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으로, 자민당이 국회 운영 전반에서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선거로 평가된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다카이치 총리가 앞으로 국정 운영에 자신의 특유의 색채를 덧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임명 전 '극우'로도 평가된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의 캐릭터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두드러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중국과 전면적으로 갈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다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일 갈등 이후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를 포함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는 등 강공을 구사했지만, 일본은 마땅한 맞대응 카드를 내놓진 못한 상황이었다.

일본이 중국에 대한 공세 강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중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과의 연대 강화와 이를 통한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은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다카이치 총리에게 크게 힘을 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적 가치와 '힘을 통한 평화'라는 의제를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라며 "열정적으로 투표한 일본 국민은 언제나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의 압승을 "거대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일본이 강해지면 미국도 아시아에서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한 일본'과 안보 공조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껄끄러운 미국·일본의 단합은 중국과 잘 지내야 하는 한국에는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문화 협력 확대를 통한 단계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12월 새로운 국방전략(NDS)을 통해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기능 강화를 공언하면서 한국의 대중 외교에는 계속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번 자민당의 압승 역시 한중관계에는 우호적 요인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28 ⓒ 로이터=뉴스1
'실용외교' 난도 높아져…3월 미일 정상회담 주목

한국은 중일 갈등 국면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갈등을 관리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쪽 편을 들면 갈등이 더 격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중재·관리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5~7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데 이어, 13~14일엔 일본 나라현을 찾아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베이징에서는 한중 공동의 '항일 투쟁' 역사를 부각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중국만큼 일본도 중요하다"라고 언급했고, 일본 방문에서는 한중일 3국 간 소통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권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미국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일 갈등의 '구도 변경'을 시도한다면, 한국에도 '지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외교에도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자연스럽게 내달 19~20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논의 내용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 압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데다, 다음 달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공개적인 지지까지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이 한국에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일관계가 급속도로 강화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배제되거나 부담을 느낄 상황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 중국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는 정도"라며 "중일 갈등과 관련해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