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 어디까지 왔나…"수주 확률 50%"

수주 성공하면 해양 방산 수출 중 최대 규모…민관군 '원팀'으로 총력전
경쟁국 독일, 나토·EU 기반 '견고한 협력'으로 공세

지난해 10월 31일 앵거스 탑쉬(중장) 캐나다 해군사령관이 강동구 해군 잠수함사령관과 함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인 안무함 내부를 둘러보며 관계관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총사업비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 협상자 선정을 위한 최종 제안서 제출 시한이 이제 한 달가량 남았다. 정부는 민·관·군 '원팀'으로 사업 수주를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수주 가능성은 여전히 '50 대 50'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현재 한국과 독일의 '2파전'이다. 한국이 상승세에 있는 방산 기술력과 민간 차원의 전방위적 협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면, 전통의 잠수함 강국이자 캐나다와 함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독일은 캐나다에 '유럽과의 연대' 강화를 카드로 제시하며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수주 성공하면 해양 방산 수출 중 최대 규모…'기술'보다는 외교력이 중요

CPSP 프로젝트는 캐나다 해군이 1980년대 설계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진행 중인 차세대 초계 잠수함 도입 사업으로, 10~12척의 3000톤급 디젤잠수함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뿐만 아니라 30년가량의 유지·보수·정비(MRO) 체계 구축까지 포함하면 사업비는 최대 60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수주에 성공하면 한국의 해양 방산 분야 단일 수출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8조 원 규모의 폴란드 신형 잠수함 사업에서 스웨덴에 밀려 고배를 마신 정부의 입장에선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여부가 해양 방산 분야의 선진국 시장 진입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 정부는 독일 티센크루프만 린시스템(TKMS)과 한국의 한화오션(042660) 및 HD현대중공업(329180)이 협력한 '원팀'을 최종 후보인 '쇼트 리스트'(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한국의 '원팀'은 한화오션이 잠수함을, HD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수상함을 맡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캐나다는 3월 초에 최종 제안서를 받아 상반기 중 우선 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의 최종 사업자 선정 평가 기준에 따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MRO 및 군수 지원으로, 전체 배점의 50%를 차지한다. 잠수함 성능은 20%, 경제적 기여도는 15%다. 그 때문에 이번 사업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은 잠수함의 성능보다도 잠수함과 함께 제공되는 산업·안보 '패키지딜'의 내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술력보다는 정치력,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뜻인 셈이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경쟁국 독일, 캐나다에 '유럽과의 협력 확대'로 손짓…韓은 민·관·군 '원팀'으로 총력

한국이 방산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보다 청와대를 전면에 내세워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독일의 강점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캐나다와의 밀접한 군사 협력 관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캐나다가 만든 통합전투관리시스템을 정부 간 계약으로 도입하고, 캐나다 기업이 제작한 제트기 구매 의향을 밝히며 우주,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특히 캐나다는 최근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기금 '세이프'(SAFE)에 비유럽권 최초로 합류하는 등 유럽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SAFE는 회원국끼리 무기를 거래할 경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캐나다의 입장에선 독일을 잠수함 사업 파트너로 선정한다면 나토에 이어 유럽연합(EU) 27개국과 방산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방산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005380) 등 기업까지 총출동해 캐나다와의 안보·산업 협력을 두텁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캐나다가 원하는 '패키지딜'을 맞추기 위해 자동차 공장 투자와 로보틱스,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27221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 기업도 캐나다 현지 기업과 철강, 인공지능(AI), 희토류 등 분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한국의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화력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엔 이두희 국방부 차관과 석종건 전 방위사업청장,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월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캐나다를 찾아 수주 의지를 피력하고 협상 카드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에 임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이 한국을 찾아 우리 잠수함에서 합동 훈련을 하며 한국 잠수함의 성능을 직접 체험했다. 에티엔 랑글루아 캐나다 잠수함사령부 주임원사가 도산안창호급(3000톤급) 잠수함인 '안무함'(KSS-Ⅲ)에 탑승한 것이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 외국군 승조원이 편승해 훈련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정부가 캐나다에 '최대의 성의'를 보이기 위한 이벤트로 평가된다.

유럽과의 협력 확장을 카드로 내세우며 수주전에 참여하는 독일에 비하면 아직까진 한국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도전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민·관·군의 전방위적 활동으로 최근 정부 내부의 기대감이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등에서 자문 활동을 하는 한 군사 전문가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7 대 3 정도로 독일로 기운 분위기였지만, 최근엔 5 대 5 정도로 균형을 맞췄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승인'을 받으며 '핵잠 보유국' 대열에 가까워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에 다녀온 강훈식 실장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서 "우리 잠수함 기술이 (독일에 비해) 훨씬 낫다고 평가하고 있고,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을 통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까지 가서 실질적 효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건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다만 "우리 잠수함 기술은 독일로부터 전수한 부분이 꽤 있고, 캐나다는 독일과 함께 나토 국가라는 안보 협력 인식을 가진 면에서 한국이 빈 공간을 뚫고 들어가는 건 매우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로선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낙관'은 이르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