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꼈지만 '동상이몽' 한미일…사라진 비핵화와 강해진 북핵
美 콜비 순방으로 한미일 소통 활발하지만…'핵심 이익' 지점 다르다
북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려…日 총리는 "북한은 핵보유국" 발언도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의 대중 견제 동참과 방위비 분담 강화를 핵심으로 한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발표 이후, NDS 수립의 주역인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의 아시아 순방과 한일 국방장관회담이 잇따라 열리며 한미일 국방 당국이 긴밀한 소통을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각국의 '핵심 이익'이 서로 다른 지점에 있는 동향이 감지되면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통적 현안은 뒤로 밀린 모양새다. 그 사이 북한은 '핵보유국'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북핵 현실론'이 새 어젠다가 됐다는 비판적 평가마저 29일 제기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부터 3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진행한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 교류는 지난해 11월 일본이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독도 인근을 비행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중간 급유를 거부하면서 잠깐 냉각됐으나, 지난 13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블랙이글스 일본 경유 재추진,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 후보생들의 육군3사관학교 방문 등으로 최근 개선되는 상황이다.
한일 국방장관회담은 콜비 차관이 지난 25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열리는 것으로, 표면적으로는 한미일 군사 당국이 상당히 밀착하는 듯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대중 견제'에 있고, 한국은 현재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 공동의 이익이 100%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콜비 차관은 방한 기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對) 중국 봉쇄선인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 즉 '거부 방어선' 강화를 주요 메시지로 앞세우며 대중 견제에 동맹의 동참을 요구했다.
콜비 차관은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핵 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인데, 이 역시 '비핵화'를 지상과제로 내세서 왔던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 콜비 차관은 이번 방한 때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미국의 현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줬다.
당장 미국을 상대하는 우리 군의 관심사도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의 빠른 진전과 미국의 핵연료 공급,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가 핵심과제로 내세우는 현안 해결에 더 쏠려 있는 듯하다.
국방비 인상과 관련한 일본과 미국의 입장 차이도 여전하다. 미국은 여전히 일본에게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27년도 국방비를 GDP 대비 1%에서 2%로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증액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요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면서도 일본 역시 핵잠 도입 등 자율적 방위력 강화에 더 관심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이 협력 속에서도 '각자도생'하는 모습이 확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일 3국의 군사 당국은 전통적으로 '공동의 위협'인 북한을 중심으로 밀착을 유지해 왔다. 3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역내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도 북한의 위협을 상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돼 왔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군사 전략에 결정적 변화가 현실화하면서 한미일 군사 당국 사이에서도 '비핵화'라는 가치를 강화·발전하기보다는 각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밀고 당기기가 더 심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올해 NDS에 핵무기의 현대화 필요성 및 운용 방향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북핵에 대한 핵우산 제공 등을 염두에 둔 '확장억제'는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콜비 차관은 일본 방문 때에도 '제1도련선'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것 외에 북한을 향한 메시지는 표출하지 않았다.
한일 국방장관 역시 이번 회담에서 국방 교류협력에 중점을 둔 논의를 할 예정이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간의 정보 교류, 인도주의적 목적의 교류 협력과 관련해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군수 또는 군사적 협력에 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협력은 의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 능력 강화 행보는 고도화하고 있다. 곧 제9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는 북한은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는데, 모두 기존의 핵탄도미사일의 위력과 방어력을 높인 개량된 신무기였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첫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현장을 시찰했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7일 '갱신형 대구경방사포 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하면서는 "노동당 제9차 대회는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구상들을 천명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진행하는 해당 활동의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미국의 핵 군축 의지와 더불어 북한의 핵 능력 강화 행보가 지속되면서, 이제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의 입지는 '뉴노멀'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핵보유국"이라고 발언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의도나 고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은 있지만, 그것이 곧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한국과 일본에겐 북한의 핵 위협이 역내 실존하는 즉각적인 위협인 만큼, 북핵 동결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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