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래식 책임' 강조한 美국방전략…"주한미군 임무 확대 주목"
전문가들 "한미, '보호·의존→ 비용·책임 분담' 관계로 이동"
"주한미군, 北 단일 대응 아닌 인태전략 기동 전력으로 재편"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을 통해 북한 위협에 대응한 '핵우산 제공' 정책을 유지했지만, '미국의 이익'의 관점에서 전력 태세를 조정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힘에 따라 한미 간 '역할 분담'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NDS는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이 제시한 방향을 군사 영역에서 구체화한 문서다. NSS가 외교·안보 전반의 큰 틀을 제시했다면, NDS는 이를 실제 군사 운용과 전력 배치로 옮긴 하위 지침서로 한미동맹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에 대한 가늠자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통상 4년 단위로 업데이트된다.
NDS는 이번에 한국을 "높은 국방비 지출과 탄탄한 방위산업, 징병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다"라고 정의했다.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단,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NDS는 "한국은 미국의 중요하지만 보다 제한적인 지원을 받는 조건 아래 북한 억제에 대한 주된(1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간 회담 결과를 정리한 '조인트 팩트시트'와 지난달 핵협의그룹(NCG)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주도한다'는 기존 입장이 재차 강조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칭찬이면서 동시에 요구"라며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높게 평가한 것은 주한미군 지상전력 감축이나 (북한 대응에서 중국 견제로의) 임무 확대의 전제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일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만 8500명의 주둔군 규모는 미 국방수권법(NDAA)이 보장하고 있어, 당장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신 사무총장은 "미국은 장비와 기술 수준 위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병력 감축 속도, 장교·부사관 지원율 저하, 지휘 구조 등 (한국군의) 구조적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다. 재래식 전력 대응은 장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NDS에는 '본토 방어' '중국 억제' '이란' 등에 이어 '북한'을 후순위로 언급했다. 다만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경계심을 유지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북핵을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핵 억제는 미국이 맡고, 재래식 억제는 한국이 책임지는 구도가 이번 문서로 보다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NDS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 온 '동맹의 기여'를 또 강조했는데 "우리는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부여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우리는 동맹국이 자기 몫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솔직하면서도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기조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국의 책임 강화와 맞물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NDS 발표를 소개하며 엑스(X·옛 트위터)에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확고한 자주국방과 한반도 평화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군사령부가 실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3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한미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순으로 평가를 진행해 왔으며, IOC는 2019년, FOC 평가는 2022년에 각각 마쳤다.
현재는 미래연합사 본부의 FOC 검증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이후 FMC 검증이 남아 있다. FMC는 정성적 평가 비중이 큰 만큼, 군사적 요건과 함께 한미 정상 간 정치적 합의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은 준비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며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일 때가 오히려 전환을 추진하기에 현실적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안보책사'로 불리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그는 이번 NDS 수립에 주요 역할을 해왔으며, 그간 '한국의 자주국방을 통해 북한을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및 '주한미군을 대(對)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
콜비 차관은 이번 방한에서 우리의 주요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인데, 이번 NDS에 대한 구체 설명과 동맹에 대한 '요구'가 보다 선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콜비 차관의 일관된 주장은 모든 동맹국이 자신에게 부과된 1차적 위협은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이번 NDS는 NSS에서 제시된 원칙을 군사 문서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 단일 위협에만 대응하는 전력이 아니다"라며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염두에 둔 신속 기동 전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NDS가 한미동맹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와 의존의 관계에서 비용과 책임을 분담하는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일제히 봤다. 한국으로서는 재래식 방위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군 구조 개편과 재정·정책적 준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과제를 떠안았다는 분석이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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