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사건마다 불거지는 경계태세 구멍 논란…발견·식별 왜 어렵나
"하늘서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소형물체, 사실상 탐지 불가"
"그냥 둘 수 없는 문제…중첩감시 강화하고 합동성 높여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지난 10일 한국의 무인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군의 대공 감시·경계 체계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13일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무인기가 북한 측에서 발견된 시점은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4일로, 군은 북한의 발표 전까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운용한 사실이 없다"라며 무인기를 민간에서 날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접경지역을 통과한 항적을 식별하지 못했다면 경계 실패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국방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무인기의 북한 침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데 따라 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무인기 사건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20여 명과 군 10여 명 등 총 30여 명으로 구성된 TF는 북한이 특정한 무인기 비행 지역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용의 차량과 인력을 찾고 있다. 군의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기록을 재검토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한국 무인기가 지난해 9월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4일 무인기는 낮 시간대 인천 강화도 일대에서 이륙해 개성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구체적인 시간·장소까지 공개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무인기가 남측 접경지역에서 이륙해 북측으로 이동했다면 우리 군의 감시망을 통과한 셈이다. 접경지역 상공은 'P-518'로 불리는 비행금지구역으로, 군용 무인기 외 민간 드론 비행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군은 당시 사전 허가된 민간 무인기의 비행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소형 무인기의 특성상 탐지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는 날개 길이 2m 안팎의 소형 기체로 추정되며, 스티로폼 등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은 재질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무인기는 일반 방공레이더로는 새와 구분이 어려워 국지방공레이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도권은 북한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을 위한 방공망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 하지만 경기 파주 등 최전방에 배치된 국지방공레이더는 북쪽으로 전파를 쏴 북에서 넘어오는 항적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소형 물체는 탐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군 소식통은 "현재 소형 무인기는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며 "10여 년 전부터 민간 드론 동호회가 인터넷에서 구매한 상용품으로 제작한 무인기를 활용해 북한을 촬영하고 있는데, 우리가 모두 포착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군의 다른 소식통은 "우리 군에 위협이 되지 않는 무인기였고 평상시였다면 큰 문제가 없는 사건이었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이번 사건이 결과적으로 남북 정세가 다소 악화하는 계기가 됐고, 우리 군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일이 된 만큼, 해당 부대에 대한 질책이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우리 군은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한 사건 이후 방공망을 보강해 왔다.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무인기·드론 대량 도입과 안티드론 체계 구축도 추진했다. 그러나 2024년 오물풍선 사태에 이어 이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북에서 오는 무인기는 물론, 북으로 가는 무인기도 모르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의 감시 구조가 고도별로 분절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고고도는 공군, 저고도는 육군이 맡는 체계에서 정보 공유와 즉각적인 합동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일 자산에 의존하지 않는 '중첩 감시'와 통합 지휘·통제 체계를 완비하고 각 군의 '합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과 경찰의 합동조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민간 무인기 운용 주체와 경위를 규명하더라도, 접경지역 감시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 요구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국방부는 "우리 군은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현재 북한의 주장을 전부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소형무인기 대응을 자신했던 군은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소형무인기 대응책으로 추진되는 접적지역 대드론 방어체계 구축은 예산 삭감과 재머(Jammer·전파 교란 장비)의 운용 영향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번 사례가 소형무인기 대응 실패마다 벌어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엄효식 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무인기(드론)는 기본적으로 소형이기 때문에 레이다 탐지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소형무인기와 드론을 탐지하는 기술의 지속적 발전이 필요하고, 어떤 하나의 감시체계에 의존하기보다 중첩감시가 가능하도록 통합감시 및 대응체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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