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현안 해결'보단 유대에 집중…북한 문제 '공조'엔 공감대
서해구조물 문제·대만 및 중일 갈등 등 민감 사안, 원론적 수준에서 다뤄
한중 친밀감 고취에 집중…"북한과 대화 재개 중요" 공감대엔 눈길
- 노민호 기자, 김예슬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김예슬 정윤영 기자 = 두 달 만에 재회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안 해결'보다 두 정상과 한중 양국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1월 첫 만남에서 '한중관계 전면 회복'을 선언한 두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도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더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 6일 제기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5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90분간 정상회담을, 인민대회당에서 120분간 국빈만찬을 가졌다. 회담과 만찬 모두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청와대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빈만찬 행사를 마친 뒤, 지난해 11월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휴대전화를 꺼내 시 주석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휴대전화는 지난해 경주에서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통신 보안'을 소재로 농담을 걸었고, 시 주석도 "휴대전화에 '백도어'(악성코드)가 있는지 살펴보라"라고 받아치며 유쾌한 소통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백도어폰'을 다시 꺼낸 것은 한중 정상의 '편안한 소통'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며 "저와 시 주석 간의 신뢰를 한중관계의 정치적 신뢰로 이어가 우호 정서의 기반을 튼튼히 쌓겠다"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시 주석도 "친구는 사귈수록, 이웃은 왕래할수록 가까워진다"며 '친구이자 이웃'인 한중 양국이 "더욱 자주 왕래하고 부지런히 소통해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민생 분야 협력 등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양국 간 문화콘텐츠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한한령'(限韩令·한류 제한령) 해제를 위한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161개 사, 400여 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은 이날 진행될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 측과 총 32건의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한중 양국이 지난해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교류와 협력 확장에 더 방점을 둔 외교를 진행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중국의 서해구조물 무단 설치 문제나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만 문제·중일 갈등·베네수엘라 사태 등 외교안보 관련 예민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양측 모두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거나 "중한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서 보호주의에 공동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등 중일 갈등이나 한미동맹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지만, 정작 비공개로 이뤄진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예민한 사안에 대해 날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모두 당장 민감 사안의 결론을 내기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며 향후 대화의 급과 폭을 넓혀 원활한 소통을 지속한다는 기조로 볼 수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중관계 전면 복원 기조에 걸맞게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라며 외교·국방 당국 간에도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사안은 정상 간 담판보다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잦은 고위급 소통을 통해 다루겠다는 뜻이다.
특히 위 실장은 서해구조물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라며 "조심스럽지만 진전을 기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라고 이례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중이 두 번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향후 소통의 분위기를 바꿀 여건을 마련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견인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예정이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화하며 발언의 많은 분량을 한반도·북한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비록 우리 측의 발표 내용이긴 하지만,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한중이 향후 대북 사안을 '공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위성락 실장은 실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며 "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간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설정했다거나 '양국이 창의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중국이 대북 사안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의 접점 마련을 모색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대북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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