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사국 임기 끝난 韓, '베네수엘라 사태' 일단 관망

안보리 긴급회의 열리지만…韓은 참석 대상국 아냐
적극적 입장 표명보다 '교민 보호·상황별 대응'에 초점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부부 체포 소식을 들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01.0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일단 상황 변화를 관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한국시간으로 6일 자정에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베네수엘라의 회의 소집 요청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콜롬비아가 안보리에 전달했고,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열리게 됐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는 5개의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과 임기제(2년)인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이 참석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선 중국과 러시아 등 마두로 정권과 '반미 연대' 기조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마두로 축출과 체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논리로 미국에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이번 회의 참석 대상국은 아니다.

외교가 안팎에선 만약 한국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면, 주권국가의 정권을 강제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한미동맹에 따라 미국을 지지하는 문제를 두고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사안을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게 된 것이 '실용외교' 차원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가 구금된 브루클린 연방 구치소(MDC 브루클린) 옆 법무부 건물에서 연방 요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025.01.0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확고한 결의'라는 코드명의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호송했다. 이번 작전에는 총 150대 이상의 전투기·폭격기가 동원됐으며,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투입됐다.

이번 작전으로 마두로 독재 정권에 반대했던 베네수엘라 야권 진영과 미국 등으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주권국가의 정권을 다른 나라가 무력을 동원해 강제로 축출·교체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작전 단행 전 미 의회와 소통하지 않았으며,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숨기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이라크에 군사작전을 실시하기 전 유엔 안보리에 '이라크 무장해제 요구 결의안'을 제출한 것과 같은 관례적 절차도 밟지 않아 미국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외교적 현안'으로 크게 부각하지 않으려는 것 역시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근 베네수엘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미국의 군사작전을 반대하는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고,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며 "이번 사태로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미국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서의 긴장 고조를 매우 염려하고 있다"라며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두가 완전히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입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입장은 매우 원론적인 수준으로, 정부가 이번 사안에 깊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 여부 등을 지켜보며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 기조로 보인다. 평소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전날인 4일 외무보도관 명의로 낸 성명에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등 기본 가치를 존중해 온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과 정세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