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베네수엘라 대사도 9년째 공석…美 군사작전, 한미 소통 있었나
미지근한 한-베네수엘라 관계…양국 모두 대사대리 파견
美, 보안 우려 각국과 '사전 소통'은 하지 않은 듯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철저히 비밀로 진행하며 어떤 동맹국과도 사전 소통을 하지 않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외교부는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관과 소통하며 70여 명의 현지 체류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베네수엘라대사가 현재 공석인 탓에,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체포나 캄보디아에서의 온라인 스캠(사기) 사건 때와 같이 정부의 대응이 부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3일(현지시간) 새벽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공군 본부가 위치한 마라카이 등에 대한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민간·군사시설이 공격받았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병력 동원을 지시했다. 하지만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꾸려진 미군은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해 뉴욕으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미 미국 수사당국에 의해 '마약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있어, 곧 미국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군사작전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70여 명이며, 이 중 50여 명이 수도 카라카스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때문에 미국 측이 한국을 포함 다른 나라 국민들의 안전을 감안해 군사작전과 관련해 주요국과 사전에 소통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를 체포하는, 높은 수준의 기밀이 요구되는 군사작전을 전개하면서 이를 다른 나라에 사전에 알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이번 작전은 사전에 외부와 공유되기 어려운 성격"이라면서 "동맹 차원의 소통이나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라고 언급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이 이번 작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도 군사작전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한 업무 공백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외교부는 이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고려한 상징적·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사대리의 권한을 보장해 대부분의 업무가 공백 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다.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지난 1965년 수교했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특히 1998년 반미 성향이 강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더욱 '미지근한' 관계가 됐다. 베네수엘라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007년부터 주한대사관을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일종의 '상호주의'적 관점에 따라 주베네수엘라 대사관의 운영을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의 재집권 과정에서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며 정부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대사의 공백이 곧 행정력의 공백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피해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미국의 군사작전 전개 직후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즉각 가동해 현지 공관과 함께 교민 안전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주베네수엘라 대사관은 이미 지난해 12월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현지 체류 국민들에게 카라카스 3곳과 동부 푸에르토라쿠르스 1곳 등 총 4곳의 대피 거점을 안내한 바 있다. 각 거점에는 비상식량과 식수, 통신 수단 등이 마련돼 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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