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트럼프 이름 붙인 '황금함대'에 전격 동참…시작부터 강한 '마스가'
한국 업체, 최초로 美 해군 군함 건조…새 군사전략에 적극 기여
'황금함대' 기함+프리깃+무인함대로 구성 예상…中 견제 역할 맡을 듯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이 딴 대형 함정을 포함한 미 해군의 차세대 함대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사업 파트너로 한국의 '한화오션'을 직접 거론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 강화에도 큰 효과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존 펠란 해군장관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도 100배 강력할 것"이라며 이른바 '트럼프급 전함' 건조 계획을 공개했다. 전함은 군함 중 대구경 함포를 주포로 사용하는 배수량이 가장 큰 전투함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새 전함이 해군 현대화 구상의 주축인 '황금함대'(Golden Fleet)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기함을 2척 먼저 건조한 뒤 10척까지 신속히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25~25척을 보유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함대가 운용할 신예 프리깃함(호위함) 건조와 관련해 "한화와 같은 한국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앞으로 50억 달러(약 7조 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언급하며 "좋은 회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프리깃함은 2000~6000톤급 중형 전투함으로, 대잠수함전·대공전·대함전을 수행하는 다목적 주력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함정이 '지금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한화와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마린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7000톤급의 신형 프리깃함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잦은 설계 변경과 납기 지연 등으로 지난 11월 사업이 좌초됐다.
미국은 신속한 군함 건조를 위해 신형 프리깃함의 배수량을 4000~5000톤급으로 줄이기로 결정했고, 빠른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외의 회사 중엔 유일하게 한화를 언급했다. 호위함의 경우 미국은 7년, 중국은 5년, 한국은 3년 안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 해군은 자국 업체인 '헌팅턴 잉걸스'를 선두 조선소로 하되 함정의 신속한 확보를 위해 여러 조선소에 추가 건조를 맡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함대에 전투력을 가능한 한 빨리 인도한다'라는 기준을 세워 조선소를 평가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를 콕 집어 언급한 만큼, 한화가 다수의 프리깃함 건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 해군이 함정을 '빨리·많이' 확보하기 위해 다(多) 조선소 생산을 열어두는 구조와 맞물려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라며 "미국 내 생산 거점과 공정·납기·정비 등의 역량을 한국 기업이 보태는 방식으로, 한국이 미 해군 전력과 산업 기반의 중요한 '내부 기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동맹의 강화와 직결된다"라며 "한미가 생산·정비·공급망을 묶으면 평시에 가동률은 올리고 유지비는 절감할 수 있고, 위기 시에는 수리·보급·전력 재생산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생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결국 작전 공조를 넘어 동맹의 지속전 능력을 같이 키우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며, 한국 입장에서도 조선·방산 협력이 동맹의 하드파워를 지탱하는 축으로 자리 잡는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프리깃함 건조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는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긴밀한 협력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행한 발표에서 '트럼프급'과 함께 '한화'라는 단어가 나온 것 자체가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황금함대는 미 해군의 노후화한 구형 전함들을 대체하는 신형 함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대형 전투함(트럼프급)을 중심으로 프리깃함, 지원함, 무인 선박 전력까지 280~300척 수준의 함대 구성을 목표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급은 배수량이 현재 미 해군 주력 알레이버크급(약 9500톤)보다 3배 이상 큰 3만톤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레이저와 핵무기, 현재 개발 중인 순항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번함 명칭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로 소개됐는데, 이는 미국의 유명 드라마인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가상의 우주전함과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형 항공모함 3척을 건조 중이며, 잠수함도 12~15척 건조 중이거나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하루 평균 4척 이상의 선박(군함)을 건조했다"라며 "그런 능력을 우리가 잃게 된 것은 비극이고, 우리는 조선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은 2030년 첫 함정 인도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국방수권법(NDAA)에는 신형 군함 건조에 260억 달러가 포함됐다. 미 해군의 전함 건조 시도는 1947년 켄터키 전함의 건조 중단이 마지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황금함대 구상은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그 때문에 황금함대가 인도·태평양 해역에 자주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동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해군력 우위를 확보해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대응하는 더욱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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