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 자리 내준 국방부의 3년 7개월…흑역사로 남을까[한반도 GPS]
"청와대를 국민에게" 외치며 열었으나 비상계엄으로 끝난 '용산시대'
2026년 예산에 '복귀 비용' 없어…"언제 돌아갈지 몰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청와대의 환경 정비와 정보통신 공사가 끝난 데 이어 요즘 용산에서는 이삿짐을 정리하고 나르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사는 크리스마스쯤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급히 이전한 대통령실이 3년 7개월 만에 제자리를 되찾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전을 주도했던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인 18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은 곳은 국방부입니다. 청사를 대통령실에 내어준 국방부는 옆 건물인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쫓기듯 자리를 옮겨 3년 넘게 '셋방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조직과 부대는 아예 용산을 떠나 다른 지역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국방부 안팎에선 "이전 이후 국방부의 역사는 아픔의 연속이었다"라는 한탄이 흘러나옵니다. 업무 공간이 축소되고 불편해진 것은 기본이고, 결정적으로 이 기간 중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군 내부에선 "여기서 보낸 시간은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옵니다.
합참 청사는 전시 확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두고 설계된 곳입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입주하면서 이 같은 공간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또한 대통령실을 국방부 바로 옆에 두는 구조는 유사시 적의 타격이 가해질 경우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대다수 군인들은 입을 모아 평가합니다.
용산에서 근무하는 장교 A 씨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용산시대'였으나, 군 작전 환경을 무시한 결정이었다"라며 "지휘·경계망 조정, 부대 재배치 등 대규모 조정에 불필요한 노력을 낭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장교 B 씨는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다소 불편해도 조직에 활력이 있었고 직원들 모두 변화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비상계엄 이후에는 우리가 모두 죄인 취급을 받게 돼 씁쓸하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도 본래 자리로 돌아가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내부에선 원래의 청사로 복귀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순리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도 명확한 복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6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이전 비용에 약 240억 원 편성됐으나, 최종 예산에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합참 청사 사무실을 이용하는 장교 C 씨는 "우리가 복귀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예비비를 쓰든, 다른 예산을 활용하든, 혹은 추경을 하든 하루빨리 계획을 세워야 군인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론 현재의 건물에 머물고 싶은 이들도 있습니다. 새로 꾸려진 사무실에 익숙해진 직원들 중 일부는 "또다시 짐을 싸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2022년 5월 이후 국방부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복귀는 오히려 '새로운 이전'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국방부의 복귀는 시간문제로 보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공간 재배치에 그치진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군의 작전·방호 계획 전반이 다시 조정돼야 합니다. 과거 지적됐던 '졸속 이전'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발전된 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방부의 흑역사가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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