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정례협의 개시…美 '대북정책 명문화' 본격화 전망

美 대북 독트린 공백 속 정례협의 가동…정책 명문화 전초전?
대북정책 명문화 안 할 가능성도…"트럼프 운신의 폭 넓혀"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정례 협의에 착수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북정책의 구체화·명문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번 협의는 한미 간 정책 '엇박자'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외교당국은 이르면 다음주 정례적 대북정책 협의 첫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우리 측에서는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각각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대북정책과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 서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를 위해 정례적인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다른 2기…대북 독트린 '공백' 장기화

이번 정례 협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명문화되지 않은 시점에 진행돼 더욱 주목받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기초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을 통한 이른바 '빅딜'(일괄타결)을 시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정된 실용주의', '현실주의 기반' 접근을 표방하며 단계적 비핵화와 억제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출범 후 수개월 내에 대북정책 기조를 정리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는 출범 1년이 가까워지도록 공식적인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도 북한 관련 언급이 1기 17차례와 달리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한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문화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명문화' 전 단계 성격…정책 생산보다 보폭 관리 방점?

이번 협의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 워킹그룹은 외교·통일·국방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로, 대북제재 면제 문제 등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공개적으로 노출한 전례가 있다.

반면 이번 협의는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소통 채널을 활용해 대북정책 논의를 정례화하는 방식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대북정책을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한미 간 정책 엇박자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이 공식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공식 정책이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개인화된 외교 스타일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써야 할 대북 협상 카드를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쓰는 것을 방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행위적·정책적 제약을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례 협의는 수평적 협의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한국의 대북 행보를 관리하려는 틀"이라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북미간 대화의 경로를 여는 것이 지금의 교착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식 대북정책이 끝내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정책이 문서화되지 않을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은 넓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일수록 한미 간 사전 조율과 공조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평가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