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셔틀외교 나섰는데…"독도는 일본 땅" 뒤통수친 日 총리
내년 1월 李 대통령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 추진 중에 민감 발언
"외교적 도발은 아냐" 해석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월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는 와중에 다카이치 총리의 '독도 망언'이 나오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중일 갈등 고조로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균형적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는 관측 속에서도 이 대통령이 '셔틀외교'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인데, 다카이치 총리가 오히려 '뒤통수를 치는'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비판도 10일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미 야스히로 자민당 의원이 "독도 문제에 대한 의연한 대응을 요구한다"라고 질의하자 "다케시마(독도)는 역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께 일본의 나라현 나라시를 방문해 다카이치 총리와 만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지 반나절도 안 된 시점에 나왔다. 나라시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으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처음 만나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을 답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 모두 지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로 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방문을 전격 추진했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쓰는 만큼, 한일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것이 중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집권 후 꾸준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과거사나 영토 문제와 외교 현안을 별개로 대응한다는 '투 트랙' 대일 외교 기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일본 답방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집권한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우익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됐으나, 총리 집권 후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적극 호응하며 한국을 향한 메시지를 적극 관리해 왔다. 그 때문에 이번 발언이 한국의 입장에선 불편할 뿐 아니라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행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내년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이 일방적으로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규모를 키우거나, 독도 영유권 관련 메시지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을 파견해 왔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전부터 이 행사에 장관급 인사를 파견해 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언급이 의도된 외교적 도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국회 질의 과정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답하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당 발언은 '내치' 차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10여년 간 일본 총리 중 과거사 및 영토 문제에 가장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공개석상에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지난 7월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하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정부도 일단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발언에 차분하게 '로 키'(low key)로 대응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의도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전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이며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한일본대사 등에 대한 초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독도 관련 질의를 받으면 늘 동일한 답변을 해왔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스스로 이슈를 꺼낸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일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 갈등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실수이기 때문에 한일관계는 관리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이번 답변은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다"라며 "한국 입장에선 민감하지만, 일본 정치 환경을 고려하면 총리가 다른 입장을 말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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