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남북군사회담 첫 제안…"군사분계선 기준선 논의하자"(종합)

北, 올해만 10여 차례 MDL 침범…표지판 상당수 유실·식별 어려워
軍, 유엔사 통해 여러 차례 北과 소통 시도했지만…'무응답' 일관

28일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마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 안익산 육군 중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 현관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8.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예원 허고운 임여익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에 남북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과 관련해 남북 간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간 북한군이 MDL을 침범하면 우리 군은 대응 사격 등 조치를 취해왔다. 이에 따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정부는 이번 제의에 앞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통한 대북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표지판, 유실되거나 육안 식별 어려워…북, 올해만 10여 차례 MDL 침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우리 군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해 MDL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라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최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 MDL 일대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와 우리 군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후 그해 8월 군사정전위원회 감독 아래 MDL에 표지판 1292개를 설치해 경계를 구분 지었다. MDL은 철책 대신 표지판으로만 경계를 표시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표지판이 풍화되거나 유실돼 식별이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 보수작업은 1973년 표지판 보수를 하던 유엔사 측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이후로 지금까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MDL 표지판을 우선으로 적용하되, 식별이 어려울 경우 군사지도 MDL 좌표선을 적용해 경계를 구분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과 원본지도상 MDL을 실제 지형과 일치시키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북한군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들판에 설치된 200여 개의 표지판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표식이 지형이 험준하고 나무가 우거진 곳에 설치돼 육안으로는 판별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북한군이 작업 중 우발적으로 MDL을 침범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으며, 올해만 해도 10여 차례가량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오후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마을 제방에서 북한 주민들이 철책 기둥 설치 등 작업을 하고 있다. . 2024.10.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유엔사 통해 北 소통 시도했지만, 무응답…성사 시 7년 만의 회담 될 듯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통지를 시도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라며 "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군사회담이 이번에 성사되면 지난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약 7년 만이다. 당시 남북은 국방부 각각 소장·중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회담에서 DMZ 내 남북 각 11개 감시초소(GP) 철수 등에 합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남북 간 군사회담은 △국방장관회담 2회(2000년, 2007년) △장성급 군사회담 10회 △실무회담 40회 등이 열렸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말부터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근거해 지난해부터 남북 접경 지역에 군을 투입해 '남북 단절 조치'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침범하면 경고사격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 군의 군사회담 제안은 MDL 기준선 설정 외에도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도 평가된다. 북한은 2023년 4월 이후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 채널 등 남한과의 모든 통신을 단절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인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관 부처인 통일부도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방부 발표 이후 통일부는 언론 공지에서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 간 인식의 차이로 비무장지대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적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측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