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팩트시트에 '대만' 명시로 中 반발 예상…전문가 "기조 고수해야"

'대만해협'·'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 中 겨냥 내용 포함
전문가 "美 요구 피할 수 없는 사안…일관된 입장 견지가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한중관계가 전면 회복 기조로 돌아섰지만,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가 명기되며 한중관계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15일 제기된다.

한미 양국은 전날인 14일 한미 정상회담(지난달 29일 개최)을 통해 합의한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공개했다.

한미는 팩트시트 안보 분야에 '한미동맹 현대화', '한반도 지역문제', '해양 및 원자력 파트너십'에 대한 협력 의지를 담았다.

여기에는 '대만 문제'도 언급됐는데, 이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의 대만 언급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는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양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라고 명시됐다.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라는 표현은 미국이 항상 쓰는 표현으로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병합하는 걸 반대한다',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면서 중국이 현상을 변경하는 걸 반대한다'는 2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교가에선 미국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견제·겨냥할 때 쓰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이 이 표현을 팩트시트에 넣는 데 동의했다는 것에 대해 중국이 '미국에 경도됐다'라며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 압박 참고 그래픽.ⓒ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다만 이번 팩트시트에 담긴 표현의 수위는 윤석열 정부 때 한미가 대만 문제에 대해 합의한 표현보다는 다소 누그러졌다. 2023년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선언에선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중국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상정한 '힘에 의한'이라는 표현을 담았지만, 이번엔 빠진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조율 과정에서 우리 측의 입장을 적극 개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팩트시트엔 "항행의 자유, 상공 비행의 자유와 기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보장하고, 모든 국가의 해양 영유권 주장은 국제해양법에 부합한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항행의 자유 보장' 역시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겨냥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합의로 한중은 민간·문화 교류를 위한 6건의 업무협약(MOU)을 비롯해 7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중관계 전면 회복'의 기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외교 기조를 인지하고 있다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이른바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이 문제에 대한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만 사안에 한미가 써왔던 표현과 수위가 일부 조절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섣부른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과 공조를 하기 위해선 일정 정도 중국 및 대만 관련 사안을 비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만큼, 오히려 이를 기점으로 미중 양국 모두 용인할 수 있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이 기분은 좋진 않겠지만 크게 반발하기에는 다소 약한 표현들이 대부분"이라며 "매뉴얼에 따른 원론적인 외교적 대응 차원에서 그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대만 문제가 언급된 건 당연히 미국이 요구한 것이고, 우리는 이를 완전히 피해 갈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중국의 반응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번에 쓴 표현을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쓴다면 (예측 가능성이 생겨) 오히려 괜찮다. 중요한 건 일관된 표현으로 한미 간 대만 문제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