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10여일 앞두고 전사…박석호 일등중사, 72년 만에 귀환
작년 11월 철원서 유해 발굴…'인식표' 덕에 신속 신원 확인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6·25전쟁에 참전해 조국을 지키다 정전협정을 눈앞에 두고 22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11사단 13연대 소속 고(故) 박석호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로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일등중사는 올해 15번째로 신원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가족에게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총 263명으로 늘어났다.
박 일등중사는 1931년 5월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6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고인의 부모와 남매 모두 세상을 떠났고, 자녀도 없이 전사했기에 유가족 대표인 친조카 박용철 씨조차 고인의 어린 시절 등 입대 전 생활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1951년 9월 20일 입대해 제주 육군 제1훈련소에서 훈련을 수료한 뒤 국군 제11사단 13연대 소속으로 전선에 투입됐다. 그는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 참전했고,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전사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박 일등중사의 신원 확인에는 그의 유해와 함께 수습된 인식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유단은 인식표에 음각으로 새겨진 군번(0642181)과 영문 이름(PAK SEOK HO)을 기초로 병적기록부와 전사자명부에 기록된 개인정보를 통해 본적지를 추적했고, 유가족을 찾았다.
박 일등중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 대구광역시 남구의 박용철 씨 자택에서 열렸다.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박 씨는 "명절에 차례를 지낼 때 6·25전쟁 때 전사하신 삼촌이 있다는 사실에 항상 마음 한편에 무언가가 걸리는 게 있었다"라며 "이제 삼촌을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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