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원잠→다시 '핵잠'…정부, 열흘 새 공식용어 두 번 바꿔 혼선 초래
'평화적 이용' 강조했으나…"국민이 익숙한 용어" 입장 변경
대국민 공지 없이 정부 내에서 '슬그머니' 명칭 변경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공식 명칭을 '핵추진잠수함'(핵잠)으로 썼다가 일주일 만에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으로 바꾼 뒤 다시 사흘 만에 핵잠으로 바꿨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도입을 공식화한 뒤 두 번이나 정부 공식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12일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사용한다는 취지"라며 "'핵추진잠수함'과 '핵잠'으로 공식 용어가 다시 정리됐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국가안보실 주도의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명칭을 확정했으며, 국방부 실무자들은 지난 7일 저녁 '핵잠을 정부 공식 용어로 하라'라는 지침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도 지난 8일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우리 군의 30년 염원이었던 핵잠 건조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단계까지 왔다"라며 핵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연료 공급을 요청하며 '핵추진잠수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등에서 핵잠이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 1주일 뒤인 지난 5일 안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 공식 용어를 원잠이라고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핵잠이라고 하면 핵폭탄을 탑재했다고 연상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라며 "평화적 이용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용어 변경 취지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는 용어 변경이 안 장관의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지난달 31일 "우리가 개발·운용을 추진하려는 것은 재래식 무장 원자력추진잠수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정식으로 밝히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용어 변경 사실을 공유해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대부분 언론이 '원잠'을 공식 용어로 쓰는 촌극이 이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불과 열흘여 만에 두 번 공식 명칭을 바꾸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국민 정서'를 이유로 드는 등, 정부의 분명한 기조가 반영된 것이 아닌 '외부의 시선'만 의식한 듯한 이유를 제기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군은 원잠 도입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평화적 이용'에 방점을 두며 자체적으로 원잠이란 용어를 사용해 왔다. 해군은 지난달 말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서도 '원자력추진잠수함'이라고 표현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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