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어 놓은 한미 안보 협상 패키지…발표만 남았다
관세 협상 풀리면 '동시 발표'에 무게…APEC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
국방비 인상 계획·주한미군 운용 방식 변화·원자력 협정 개정 등 '패키지'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를 기조로 진행된 한미 안보 협상의 결과물이 공개될 가능성이 23일 제기된다.
한미는 지난 8월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안보 분야 협상을 본격화해 상당 부분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분야 협상의 결과물은 한국의 미국산 무기 확대 등 국방비(예산) 증액,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전략적 유연성)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까지 포함된 '포괄적 안보 패키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비 증액은 한미 간 가장 합이 잘 맞는 안건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3.8%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2.42% 수준이다.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인상하기로 한 나토의 사례를 감안해 우리도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 수준으로 늘린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8%씩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내년도 국방 예산 인상률을 8.2%로 잡았다. 사실상 GDP 3.5%를 맞추는 작업이 시작된 모양새다. 특히 정부가 '자주국방'을 거듭 강조하면서 국방비 인상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하는 모습을 보여, 한미 간의 협의도 원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산 무기 구매도 정부가 수립한 '계획'에 미국이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250억 달러(약 34조 원)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건은 안보 패키지에서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면서 당초 이 사안이 안보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방위비분담금 책정을 위한 특별협정(SMA)을 파기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미국이 한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SMA상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이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군무원의 인건비 △미군의 군사 시설 건설 비용 △군수지원 비용으로 항목이 고정돼 있다는 점 등 방위비를 건드리면 사안이 다소 복잡하게 얽힌다는 점도 협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관측된다.
주한미군 운용 방식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사안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국방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한미 양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미는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수용하되, 세부 내용은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발표 후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입장에선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된 것이 안보 협상의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협정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정부는 그간 미국의 동의가 없이도 저농도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궁극적으로 한국의 핵 능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과거 미국의 행정부는 원자력협정 개정에 미온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이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라는 방침을 세우면서 미국의 기조가 확 달라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보 분야 협상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당연히' 포함됐다며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이것도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협상이 원활함을 시사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달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이미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미는 이러한 안보 협상의 결과를 APEC 정상회의 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관세 협상 전개 상황을 보며 일단 두 사안의 속도를 맞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협상이 APEC 때까지 타결되지 않는다면,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협상의 결과도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협상은)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해 APEC 후에 협상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장관도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결과가 APEC 정상회의 때 발표될 수 있을지에 대해 "어느 시점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해야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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