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조원 규모 가상자산 탈취…캄보디아 금융플랫폼 통해 세탁"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北 불법 사이버 활동 보고서 발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1개국으로 구성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22일 북한이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4조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MSMT는 이같은 북한의 활동을 규탄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MSMT가 두 번째로 내놓은 보고서로, 북한의 주요 사이버 조직, 가상자산 탈취·세탁, 해외 IT 인력 활동, 정보 탈취 등 불법 행위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8억 4000만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으며, 올해에만 약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3500억 원)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탈취 자금을 중국, 러시아, 홍콩, 캄보디아 등지의 해외 브로커를 통해 세탁·현금화하고 있으며, 정찰총국이 주도하는 불법 금융망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북한은 중국, 러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적도기니, 기니,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최소 8개국에 약 1000~2000명의 해외 IT 인력을 파견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원자력공업성·군수공업부 등 유엔의 제재 대상 기관 산하 조직에 소속돼 있으며, 수입의 절반가량을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특히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의 세탁 및 현금화 과정에서 캄보디아 금융 플랫폼 후이원 그룹(Huione Group) 및 후이원 페이(Huione Pay)를 활용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후이원 그룹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북한 정찰정보총국과 연계된 북한 국적자들이 2024년 5월 일본 DMM 비트코인 등으로부터 탈취한 3760만 달러(약 540억 원)를 후이원 페이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국적자들은 2022~2024년 가상자산 세탁 과정에서 후이원 페이 직원들과 긴밀히 협업했으며, 제재 대상 단체인 '청송연합' 관련 인물들은 2022년 베트남 게임사인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해킹 사건(6억 달러·8500억 규모) 자금 세탁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올해 10월 후이원 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후이원 페이의 금융 라이선스를 박탈했으나, 해당 플랫폼은 여전히 현지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고서는 그간 파편적으로 공개돼 온 북한의 불법 사이버활동 관련 정보를 MSMT 참여국들의 평가와 함께 종합한 최초의 종합보고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외교부는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당·정·군 산하 사이버 조직들을 총망라해 관계도로 도식화했으며, 악성 사이버활동과 IT 인력 파견이 거의 모두 정찰총국·군수공업부·원자력공업성 등 유엔 제재 대상 단체들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MSMT 참여국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사이버 및 IT 인력 활동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고, 모든 회원국이 제재 위반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복원을 촉구하며, 국제사회가 결의 이행에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MSMT는 지난해 4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해체 이후 감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11개국이 참여해 같은 해 10월 출범했다. MSMT는 지난 5월 '러북 군사 협력'을 주제로 첫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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