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드라마 좋아, 미래지향적·안정적으로"…'본색' 숨긴 다카이치
'여자 아베'의 유화 제스처?…우익 성향 숨기고 '한일 관리 모드' 관측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한국의 김과 드라마 등을 언급하며 예상 밖의 '친한 메시지'를 던졌다. 일본 내에서도 '초(超) 보수주의자'로 인식되는 그의 발언은 '우익 본색'을 숨기고 집권 초기 외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22일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 나라며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한국 드라마도 보고 있다"며 문화적 친근감을 내비쳤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등에 대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부정하고 역사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2022년 극우단체 강연에서는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면 상대(한국)가 기어오른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그간의 행보와 함께 그가 이번 총리 취임 과정에서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아 '극우 연정'을 탄생시킨 가운데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런데 다카이치의 이번 발언은 취임 직전까지 '극우 연정' 추진으로 한일관계 악재로 지목된 그의 기존 노선과는 상반된 행보로 보인다. 당분간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관리하겠다는 의도적 신호로 풀이되기도 한다.
오는 26일~28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마주할 기회가 많은데 유화 제스처를 계속 보여줄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다카이치 총리가 당분간은 국제정세의 현실적인 이유로 현재의 한일관계 트랙을 벗어나지 않고 협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가 총리에 올랐다고 해도 개인 신념이나 이념을 그대로 외교에 발현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일본은 한국을 밀어낼 수 없는 국제 구도 속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발톱을 숨기고' 이시바 전 총리 시절의 외교 레거시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의 이익이 겹쳐 있다"며 "결국 다카이치도 셔틀외교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김을 좋아한다'는 발언은 문화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보수 인사 기용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을 적대시하거나 타깃으로 삼는 인물은 아니다"라며 "다카이치의 지향점은 한국을 공격하기보다 '강하고 당당한 일본'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일본'을 내세우더라도 한국을 적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외교 메시지를 보내며 갈등 요소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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