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들 남겨둔 채 참전…김문권 하사,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작년 11월 철원서 유해 발굴…며느리 "시어머니와 합장하겠다"

김문권 하사의 유가족들에게 고인의 유해를 발굴하게 된 과정, 고인의 참전경로 및 전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국방부 제공)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6·25전쟁에 참전해 조국을 지키다 21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고(故) 김문권 하사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61명으로 늘어났다.

김 하사는 1932년 6월 전라남도 광산군(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2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김 하사는 1953년 3월 논산 2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뒤 춘천지구 수용대를 거쳐 국군 7사단 3연대 소속으로 전투에 투입됐다.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 참전했고, 정전협정 체결을 이틀 앞둔 7월 25일에 전사했다. 고인은 전공을 인정받아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김 하사의 아내인 고(故) 전봉금 씨는 불과 20세에 남편을 잃었다. 김 하사가 입대할 때 전 씨의 배 속에 하나뿐인 아들이 있었다. 아들 고(故) 김종주 씨도 20년 전 세상을 떠나 현재는 김 하사의 며느리인 방금임 씨와 손자 김규남 씨가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고 있다.

김 하사의 신원 확인에는 국유단이 보관 중인 김 하사의 동생 고(故) 김인곤 씨의 유전자 시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인곤 씨는 2010년 자택 인근 보건소를 방문해 시료 채취에 참여했으나, 2016년 세상을 떠나 형제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김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 광주광역시 서구의 친조카 김대중 씨의 자택에서 열렸다.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 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등이 담긴 함을 전달했다.

조카 대중 씨는 "아버지께서 생전에 선산의 묘지에 갈 때마다 큰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국립묘지에 꼭 안장해 드리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국가가 잊지 않고 유해를 찾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방금임 씨는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생전에 유해를 찾아 국립묘지에 같이 묻히고 싶어 하셨는데, 이제 같이 합장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