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뺑끼·시마이·쿠사리…일본군이 전파한 '軍 은어' 여전히 남용

점호·고참 등 일본식 한자어, '짬찌' 등 은어 사용도 많아
황희 의원 "국방부, 병영 언어 순화 노력해야"

5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세종대왕 나신 날 시민참여 생일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5.5.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뺑끼 부리지 마라."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몇 번씩 들어본 말이다. 군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말이지만, 과거 일본군 출신들이 국군 창설 당시 유입되면서 퍼진 용어 중 하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글날인 9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대에서 사용하는 병영 언어에 여전히 일본어나 일본식 한자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대에서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일본어로는 '가라, 뺑끼, 시마이, 쿠사리, 뿜빠이, 나라시' 등이 있다. 우리말로 '가라'는 가짜, '뺑끼'는 속이는 일, '시마이'는 끝냄, '쿠사리'는 면박·핀잔, '뿜빠이'는 분배·나눔, '나라시'는 고루펴기·평탄화 작업을 의미한다.

'점호, 구보, 고참, 잔반, 시건장치, 총기수입'은 군대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일본식 한자어다. 이를 우리말로 순화하면 점호는 인원 점검, 구보는 달리기(뜀걸음), 고참은 선임, 잔반은 남은 밥·음식 찌꺼기, 시건장치는 잠금장치, 총기 수입은 총기 손질로 바꿔야 한다.

군대에서는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뿐 아니라 은어나 속어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깔깔이, 땡보, 말년, 짬찌, 뽀글이, 꿀 빨다, 뺑이치다' 등이 있다.

방한복 내피가 공식 명칭임에도 표면이 까끌까끌하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깔깔이'를 비롯해 편한 보직은 '땡보', 전역 대기병은 '말년', 신병은 '짬찌', 봉지라면은 '뽀글이', 편하게 일한다는 '꿀 빨다', 고생하며 힘든 일을 한다는 '뺑이치다'라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군인을 '군바리',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따까리'라고 부르는 것도 대표적인 군대 속어다.

황 의원은 "우리말의 우수성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식 한자어, 일본어, 은어, 속어 등을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라며 "많은 청년들이 군대를 거쳐 사회에 진출하는 만큼 국방부도 병영 언어 순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