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아직 안 끝났다…北 김선경, 메신저냐 선전일꾼이냐
7년 만에 평양서 파견된 北 유엔총회 대표단 행보 주목
'1호 메시지' 들고 미국과 접촉 여부에 주목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은 오는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무대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차관급)을 세운다. 7년 만에 평양에서 파견되는 유엔총회 대표단을 이끄는 김 부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대화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낼 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미국과 마주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확약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육성 연설을 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권위 있고 확고한 북한의 대외 기조로 볼 수 있다.
다만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이 있다"라고 발언하며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나 북미 대화에 대한 나름의 구상도 있음을 시사했다. 문을 굳게 닫았지만 잠그지는 않았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김 총비서는 26일에는 핵무기연구소 과학자·기술자들과 만나 "강한 억제력, 즉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평화 유지 논리는 절대불변"이라며 핵보유국 지위를 부각하고 핵 능력 개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내년 초에 9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확립할 새로운 5년 단위의 국정 계획에 핵 능력 및 핵무기 개발 관련 구상이 포함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한미 정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전후로 이같은 '핵 행보'를 진행했다. 그 때문에 김선경 부상 역시 '새로운 내용'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의 지도자가 낸 메시지를 반복하는 수준의 기조연설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기조연설 외의 행보다. 북한이 유엔총회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활발했던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또 김 총비서가 높은 문턱을 제시하면서도 북미 대화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김 부상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다.
북한과 미국은 주유엔북한대표부를 통해 소통하는 '뉴욕 채널'을 일종의 비공식 소통 창구로 활용해 왔다. 이 채널이 본격 가동되면 북미 대화도 개최 수순에 들어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부상 역시 필요하다면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 측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유엔총회에 평양에서 대표단을 파견한 이유는 대미 접촉 등 긴밀한 외교 활동보다는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달 초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북·중·러 3각 밀착을 과시했다. 김 총비서가 다자외교 무대에 직접 참석한 것은 집권 후 처음이기도 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정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을 수호하기를 바란다"라며 처음으로 유엔을 통한 외교에 열려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당장 미국과의 담판을 추진하기보다는 다자외교의 활동폭을 넓혀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선경 부상이 외무성에서 미국이 아닌 국제기구 담당이고, 북한이 과거 유엔총회엔 외무상(장관)을 파견했다는 점에서 김 부상의 활동폭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부상의 유엔 방문과 같은 기간 북한의 외무상인 최선희는 유엔이 아닌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후속 방안을 논의하고, 내달 10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초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부상은 이번 연설에서 핵 보유 정당성을 설파하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인권 문제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는 정도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김 총비서가 이미 주요 메시지를 직접 발신한 상황에서 김 부상이 추가로 대미나 대남 메시지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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