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포기' 김정은 요구에 화답할까…유엔무대 주목하는 이유
북미, '뉴욕 채널'로 실무 접촉 가능성…정부도 예의 주시
전문가 "가능성 작지만…'예측 불가' 트럼프 자체가 변수"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미국을 향해 비핵화 의지를 포기할 것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곧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재집권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 나선다. 백악관에 따르면 그는 '7건의 글로벌 전쟁·분쟁 종식'과 '재탄생한 미국의 힘'을 강조할 예정이다. 유엔 무대를 자신의 외교 지척을 선전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 때문에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도 '새로운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이 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화답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3차 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비핵화라는 말이 사라져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좋은 추억'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여전히 자신의 외교적 구상에 포함돼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집권 전부터 김 총비서와의 '좋은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강한 북미 대화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어 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하며 "그(김정은)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고, 관계를 개선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왔다.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아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김 총비서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어렵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유엔총회라는 전 세계적 외교 무대를 통해 북한을 향한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의 외교 능력을 과시하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에 7년 만에 평양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기구를 담당하는 차관급 당국자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단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 채널은 북한의 주유엔대표부를 통한 북미 간 소통을 말하는 것으로, 일각에선 김선경 부상이 '평양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도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북미 접촉이 성사될 경우 이를 남북 대화로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전향적 대북 메시지를 내고, 북미 간 뉴욕 채널 접촉이 성사되면 북미 대화 및 남북 접촉의 물꼬를 트는 행보가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 실무선에서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북미가 워싱턴-평양의 정보 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비공식 창구를 가동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금은 북미 사이 대화가 먼저 시작돼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미국은 여러 계기에서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대북 정책 등에 대해 한국과 반드시 소통할 것이라는 얘길 자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미 접촉이나 트럼프의 전향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돌발적으로 김정은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어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유엔의 역할을 신뢰하질 않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김정은이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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