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 민주주의 위기 극복 李 기조연설, 유엔서 큰 울림 될 것"

"韓, AI 등 '국제사회 평화안보·번영' 리더십 발휘 계기"

이태호 법무법인(유) 광장 고문(전 외교부 제2차관, 전 주제네바대사)

(서울=뉴스1) 이태호 전 외교부 제2차관 = 제80차 유엔총회가 내일 시작된다. 80년 전 유엔은 두 차례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다. 유엔은 그간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지만, 변화하는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지속되고 있는 무력분쟁과 함께, 기후변화, 식량안보, 경제안보 등이 맞물린 복합 위기,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로 인한 신흥안보 위협 등 다양한 글로벌 도전과제들 앞에 유엔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과 분열, 힘과 자국이익 중심의 논리가 지배하는 '뉴노멀'의 상황에서도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글로벌 문제도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자주의가 여전히 중요하며, 그 중심에는 유엔이 있다. 현재로서는 유엔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 처음 참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3일 기조연설을 통해 민주적인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의 용기와 지혜로 평화롭게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 낸 한국의 이야기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가치 위에 서 있는 유엔 공동체에도 큰 울림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대통령의 금번 유엔총회 참석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유엔총회장.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또한 이번 총회는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에 대한 우리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유엔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다. 한국은 1991년 유엔 가입으로 다자무대에 늦게 발을 디뎠지만, 이제는 유엔 주요 3대 기구(안전보장이사회, 인권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를 동시에 수임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한국은 또 유엔 사무총장과 총회 의장을 배출했고, 세계 9위 유엔 재정 기여와 평화유지활동(PKO),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수행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9월 한 달간 한국은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대응에 있어 국격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번 총회는 한국이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 변화를 국제사회의 평화안보, 번영으로 연결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오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에 대한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선도국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AI'를 지향하는 기술강국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행보다.

올해 유엔총회의 주제는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 : 평화, 개발, 인권을 위한 80년과 그 이후"이다. 세계 각국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도전과제를 함께 헤쳐 나가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의 정신을 발휘할 때, 비로소 평화·개발·인권이라는 유엔의 주요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