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미경중·반중 여론' 캐묻는다…'까다로운' 소통 직면한 한중
조현, 17~18일 방중…中 왕이와 한중 외교장관회담
中은 '안미경중 불가·한미동맹 현대화'가 관심사…韓은 '대북 사안'에 관심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나 한중 간 산적한 외교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오는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한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외교부는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내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조 장관은 더 빨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한국 공장 단속으로 대규모의 한국인 구금 사태가 발생하며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까다로운 질문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할 수 없다"라고 발언한 것과,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적극 추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한국은 과거엔 '안미경중' 태도를 취한 게 사실이지만 이젠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본격화로 인해 한국의 외교 기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한관계 발전은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라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의 운명을 위험한 전차에 묶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측은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우리 측의 구상이나 입장을 물어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문제 역시 미국이 대중 견제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역할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으로,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어떤 입장으로 이 사안을 대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 측은 주한중국대사관 인근 등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반중 집회'를 비롯해 한국의 반중 여론 관리에 대한 해법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은 이 문제를 '자국민의 신변 우려'와도 연계해 관광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교류 차원의 문제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 팔고 살아보려 하는데 깽판을 쳐서 모욕하고 내쫓는다"라며 강한 어조와 단어로 반중 집회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어 중국이 재차 우려를 표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반중 시위 등으로 인한 자국민 관광객의 신변 안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볼 것"이라며 "조 장관은 복안을 가지고 중국을 방문해야 하고 한중관계를 거시적인 틀에서 풀어나가려 하는 우리의 기본 취지·입장을 잘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입장에선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성공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달 초 중국의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2~3년간 소원했던 북중관계가 다시 '혈맹'관계로 빠르게 회복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북중러 3각 밀착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 확인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선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 확인이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4일에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며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북한의 핵 능력 강화 행보를 묵인하기로 했으며,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비핵화 실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수정한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 때문에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나 북한의 비핵화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답을 준다면 정부의 입장에선 하나의 우려를 관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은 기본적으로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의 협의를 '엎는' 대화는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입장에선 APEC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비해 외교 역량을 대미 외교에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까다로운' 이야기 외에도 오는 29일 중국 관광객의 무비자 한국 입국 시작을 계기로 한 양국의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한한령(限韩令) 해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도 제기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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