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 자신감 얻은 북한…유엔서 한미 상대 '외교 공세' 예상
中 전승절 참석으로 '핵 보유' 과시…신형 ICBM 예고로 美 압박
한국과는 '두 국가' 정책 부각 집중 예상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외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북·중·러 밀착 구도로 '핵보유국' 입지를 과시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는 '핵무기를 가진 강국'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을 상대로는 '남북 두 국가' 정책을 관철하려는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 등은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자로 이전에 비해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차관급 인사가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며, 외무성에서 국제기구를 담당하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후보로 거론된다. 북한 외무성 고위 당국자가 유엔 무대에서 연설한다면 지난 2018년 최선희 외무상 이후 7년 만이다. 그간 북한은 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를 연설자로 세운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며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나섰다. 그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유엔'을 언급하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활동을 넓힐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유엔 등 다자 계기에서 양측의 공동 및 근본 이익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등 북한 관련 사안에 관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우군 삼아 유엔에서 공세적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북한의 활동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미국을 상대하는 '핵보유국'으로서 반미 연대를 부각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가 지난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라 3국 밀착을 과시하며 선보인 기조를 유엔에서도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중국의 전승절 전후로 미국을 겨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회성-20형'의 등장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물밑 접촉이나 교섭 계기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측이 '트럼프 친서' 전달 등을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 응할 가능성이 아직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유엔총회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가장 큰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에 이어 반미 연대 확장을 위한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북제재 무용론'을 부각하며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관련 활동의 결집력을 느슨하게 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상대로는 지난 2023년 12월 새로 수립한 '남북 두 국가' 정책 수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반미 연대보다 '두 국가' 정책의 정당성 선전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이재명 정부를 평가하는 첫 담화에서 "조한(조선과 한국)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라며 이재명 정부가 '두 국가' 정책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북 유화책을 펼치더라도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부각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9일엔 '외무성 주요 국장 협의회'를 주재해 "이재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며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무성 국장 협의회에서 북한의 유엔총회 및 다자외교 무대의 활동 기조가 확정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기조하에서 다자외교 활동 확대를 꾀하는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에서 '두 국가'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한미를 겨냥한 외교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이 주재한 외무성 국장 협의회를 통해 '지역 및 국제 지정학적 상황을 우리의 국익에 유리하게 조종하라'는 지시를 내린 만큼 이번 총회에서 북한의 활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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