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과 '한일 미래' 그린 日이시바 결국 퇴진…한일관계 여파 없나
'포스트 이시바' 고이즈미 or 다카이치 '2파전' 전망
전문가 "한일관계 큰 변화 없겠지만…'극우' 다카이치 우려"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면서 총리직도 퇴임 수순을 밟게됐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7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전부터 나는 지위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라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한고비가 지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기기로 결심했다"라며 사임을 공식 선언했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은 전반적인 향후 한일관계에 불확실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협력과 소통을 강조해 왔는데, 결국 후임자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부터 한일관계 사안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소위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다.
그는 총리 취임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죄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히거나, 지난 2019년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에 대해선, "일본이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의 이 대통령과의 '케미'를 두고서도 외교가에선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두 정상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걸맞게 서로 '성의'를 보이며 양국 관계 발전에 의지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 행사장에 직접 참석해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이시바 총리의 결정은 외교적 관례인 '상호주의'를 깬 것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에서 개최된 기념행사에 이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부득이하게 불참했고 영상 축사로 대신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도 영상 축사로 대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다.
이시바 총리의 성의에 이 대통령은 서한을 보내 감사의 뜻을 표했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정상 간 동력을 이어갔다. 이러한 정상 간 의지는 지난달 미국 방문 전 일본을 방문해 '셔틀외교 재개'를 공식화한 이 대통령의 해외 일정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회담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함에 있어 일본을 제일 먼저 찾은 건 이 대통령이 최초다.
두 정상은 지난달 2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합의된 내용을 '공동언론발표문'에 담았다. 한일 정상이 회담 결과를 문서 형식으로 발표한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 이후 당시가 17년 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회담 전 실무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과거사 사안'과 관련된 내용 등을 문서에 담기가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번엔 결과물로 나왔다.
전향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이번 발표문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해당 선언에는 과거 한국을 식민 지배한 데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가 담겨 있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으로 '포스트 이시바' 선출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후보군으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한일관계를 고려한다면 다카이치의 '승리'는 한국으로선 반가운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관계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역사 문제에서 좀 더 껄끄러운 사안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가까운 '국가주의' 노선, 강성으로 갈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고이즈미, 다카이치 모두 한일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역사 인식 부분에서 갈릴 것이다. 고이즈미는 과거사에 대해 얘기한 적이 별로 없지만 다카이치의 경우 훨씬 더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강경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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