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정책, 한국에도 영향권…'외교 해법' 시험대
트럼프 2기 '反이민' 기조 강화… 투자-비자 정책 '엇박자'
"동맹국 투자·공급망 불확실성 확대"…투자 차질 불가피 전망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명 이상을 포함한 475명이 미 당국에 체포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단일 사업장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대미 투자 과정에서 생겨난 일로 미국의 비자 제도의 '맹점'이 작용한 것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한미 간 예외 조항 신설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스티븐 슈랑크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및 미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 간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단순 불법 체류 단속을 넘어 전략산업 현장에서 외국 인력 활용을 제약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단속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을 받는 전략산업 현장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지만,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미국 내 비자 제도 간 충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체포된 인원 상당수가 B-1 비자 등 단기 방문 비자나 전자여행허가제(ESTA) 소지자다. B-1 비자와 ESTA는 동일하게 취업 활동이 금지된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을 하려면 전문직 취업 'H-1B' 비자 등을 취득해야 하는데, 발급 할당량이 정해져 있고 발급에도 수개월이 걸려 수시로 이번 건설 현장과 같이 수시로 인력을 보강해야 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취업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불과 사건 발생 열흘 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 내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투자는 환영하면서도 외국 인력 활용은 제약하는 이중적 기조가 한미 경제 협력 전반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번 단속은 특히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과 진행 중인 미국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 외교·경제적 우려를 자극하고 있으면서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즉각 재외국민 보호 대책 본부를 설치하며 대응 체제를 가동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총력 대응' 기조에 따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방미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과 '예외 조항'을 만들기 위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외교력이 최대한 발휘해 이번 사안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며 "ESTA나 B-1 비자를 받아 단기 파견해 온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은 전문직 비자를 더 열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TO가 다 차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일차적으로는 체포된 인력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차적으로는 향후 미국 방문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을 받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략산업 투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바로 이민 단속"이라면서 "이 사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지 기반인 '법과 질서(Law & Order)' 정책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 영사 협조 수준에서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 외교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안보보좌관(NSA)과 상무·재무 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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