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北 당 창건일·APEC까지…바뀐 정세에 한국 외교 숨 가쁘다
中 전승절 기점으로 북중러·북중 밀착 강화…韓美 대북 영향력 떨어진다
유엔총회→北 당 창건일→APEC 일정…'대화 동력 마련'과 '갈등 심화' 기로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을 기점으로 한국이 떠안은 외교 과제가 크고 복잡해졌다. 당장 이달 말부터 국제 수준의 외교 '빅 이벤트'가 몰려있는데,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과의 대화 접점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냉각이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6일 제기된다.
중국의 전승절은 표면적으로는 북중러 3각 밀착이 강화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지만, '새로운 외교 노선'으로 국제사회에 새 과제를 던진 것은 사실 중국과 북한이다.
이번 전승절 참석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 지원과 한반도 및 다자외교 추진에 대해 든든한 지지를 확보했다. 중국 역시 북한을 껴안으며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나아가서는 미국을 상대로 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나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 총비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유엔 등 다자 계기에서 양측의 공동 및 근본 이익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그가 첫 다자외교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유엔까지 외교의 무대를 넓힐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남북대화 채널 복구 등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 기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낸다는 것이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그 때문에 한미가 합심해 한반도 비핵화, 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지지 기반 확보도 이번 유엔총회에서의 과제로 꼽혔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이 유엔에서의 활동폭을 넓히겠다고 선언하며 변수가 생긴 듯한 모습이다. 유엔은 북한의 주 활동 무대가 아니었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업고 나타날 경우 비핵화 관련 한미의 외교 폭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유엔총회 후엔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이 있다. 북한은 올해 당 창건일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정부에선 북한이 외빈을 대거 초청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전승절과 비슷하게 당 창건 기념일을 다자외교의 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도 지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파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중 밀착도 재개되면서 중국의 고위급 인사도 방북할 것으로 예상돼, 또 한번의 북중러 밀착 구도가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3국이 '판을 흔든다'는 결정을 한다면 전격적으로 중러 정상의 방북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 창건일 이후인 10월 말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등 핵심 인사들의 방한이 이어지며 주요 양자회담이 개최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APEC을 한중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이었으나, 정세 변화에 따라 중국이 북한을 돕는 우군으로 활동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APEC 정상회의의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보다 다각적 구상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접촉도 현실화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에 다시 밀착하게 된 이상, 시 주석이 참가해 미국 정상을 마주하는 다자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전격 접촉하는 장면을 연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칫 중국의 체면을 구기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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