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토록 전승절을 중시하는 이유 [황재호가 만난 중국]
바이근싱 산시사범대학 교수 "역사 기억이자 미래 향한 각성"
"한중 학계, 구동존이 원칙 따라 비학문적 요소 최소화해야"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 전승절은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한 연합국이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소련과 유럽은 5월 9일과 8일을 각각 기념한다. 미국은 일본이 미주리호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한 9월 2일을, 한국은 일왕이 항복한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한다. 중국은 일본의 항복 문서를 접수한 9월 3일을 '전승절'로 기린다.
중국은 오는 3일 베이징에서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많은 첨단 전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10년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옆에 설 전망이다. 중국은 왜 이토록 80주년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중국의 역사학자 바이근싱(拜根兴) 산시(陕西)사범대학 역사문화학원 교수에게 이를 물었다. 그는 동 대학 당나라 문명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 고대사 연구로 경북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중국 시안에서 활동한 한국광복군에 관한 연구도 수행했다.
― 9월 3일을 항일 전쟁과 반파시스트 승전일이라고 부르는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 항일 전쟁은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의 일부이자 동부 전선이었다. 일본에 대한 저항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것은 당연히 파시즘에 대한 세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기도 하다.
― 중국이 이날을 이토록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중국 인민은 항전 기간 군인 400만 명을 포함해 3500만 명이 죽거나 다치는 희생을 치르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물리치고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의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항일 승리를 기념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존경과 기억의 표시이자 미래를 향한 각성과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기념을 통해 후대는 역사의 의미와 의의를 되새기고자 한다.
― 이 시기 한국도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의 독립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중국 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은 한반도 민중을 일제에 맞서 싸우도록 각성시키는 한편 재중 한인들에게 조국 광복을 독려하고, 일본군 내 한국군을 해체 및 귀국시키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함께 일제에 맞서 싸우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이때 한중 간의 공동 협력이 있었나.
▶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일본군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을 암살하면서 중국 국민당 정부와 확고한 연결고리가 형성됐고, 1940년 9월 충칭에서 한국광복군이 창설된 후 이후 본부가 시안으로 이전했다. 한국광복군은 국민당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으며 항일 선전, 선동, 심지어 미얀마 참전 활동들을 수행했다. 파시즘에 맞선 전 세계의 투쟁을 배경으로 양국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 한국의 역사 인식과 정책에 대해 의견을 준다면.
▶ 한국의 역사의식은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민족주의적 역사관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일부 한국 학계의 역사 해석에 대해 중국 학계가 이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한중 역사학계가 어떤 연구 협력을 하면 좋을까.
▶ 양국 학계는 구동존이(求同存異)와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원칙에 따라 비학문적 요소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고구려, 발해 역사 문제,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의 인적 교류가 있었던 한중 역사, 즉 중국과 조선(한)반도의 이민사, 1930~40년대 일제에 저항한 재중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 한국광복군 및 조선의용군 연구, 김구·이범석·정율성·한형석·나월환 등 근대 유명 인사들의 활동 등 많은 학술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특정 학문적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이 존재하도록 허용하되 용이한 연구 주제들의 논의를 활성화했으면 한다.
― 한중 관계 발전에 의견을 준다면.
▶ 양국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이웃으로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양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한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양국은 상이한 정치 체제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상호 의존하며 양국 국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심화하고 양 정부가 상호 윈윈이라는 목표에 따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격상해야 할 것이다.
― 현 한중 관계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 양국은 최근 각자의 철학의 차이, 양국의 경제 및 무역 교류 발전의 변화, 한미 동맹의 제약, 문화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오랜 우호 관계에서 볼 때 양국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이유로는 첫째, 양국은 수천 년 동안 우호적인 교류의 역사가 있으며, 개별적으로 반목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우호적인 발전 추세에 있다.
둘째, 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30년 이상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수립했으며, 이러한 관계는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변화할 것이 아니다. 셋째, 양국 정부의 선견지명의 정책 입안자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두 나라 국민이 우호 관계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미래의 양국 관계는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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