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APEC 참석' 기대감 낮추는 정부…'피스메이커' 트럼프가 관건
안보실장·외교장관 "김정은 참석 가능성 낮다"…한편에선 美역할론 부각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1일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EC 참석 가능성은 "높다"라며 김 총비서에 대해선 "가능성을 과도하게 띄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김 총비서의 APEC 참석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이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주역으로 띄우면서, 트럼프 특유의 '즉흥성'을 교착 국면 타개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감지된 정부의 '신중론'은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을 골격으로 과도한 기대 섞인 전망엔 거리를 두며, 대화 재개 불씨는 살려 나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는 향후 적정 시점에서 남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론'을 다시 한번 구체화해서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위 실장은 비핵화 대화에 대해선 북한이 한국보다 미국에 대해 덜 대립적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선 미국에 맡겨두고 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라고 여지를 뒀다.
조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의 '신중 모드 및 트럼프 역할론 부각'이라는 동시 접근법에 대해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결국 '핵보유국 인정' 등을 원하는 북한의 요구 조건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선 한미 연합훈련 중단부터 핵 군축 논의까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가까운 큰 폭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북미 회담 성사 여부는 사전 물밑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위한 전제 조건을 분명히 세우고 있는 만큼, 과거 2018~2019년과 같은 판문점 깜짝 회동을 기대하는 건 섣부를 수 있다"라며 "(APEC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결국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국이 얼마만큼 수용할지에 달렸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 일각에선 대화 재개도 좋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한 '동결-감축-비핵화'라는 비핵화 3단계 해법 실현 환경 조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대북 양보'가 없도록 한미 간 사전 소통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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