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유엔 총회, 10월 APEC…中 전승절 후 '대북 드라이브' 두 번의 기회
김정은, 내달 3일 中 전승절 참석…북중관계 관리·북중러 공조 강화
한미 정상, 유엔·APEC서 연이어 만날 가능성…"조율된 대북 메시지 가능"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모양새다.
중국 전승절 이후 한미는 9월 말 유엔 총회와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활용해 한미 정상의 '조율된 대북 메시지'를 통해 대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두 차례 기회를 맞는다.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열리는 북한의 9차 노동당 대회까지 '최대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으로 29일 관측된다.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은 북중러 3각 공조 강화의 상징적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 밀착으로 통한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입지 강화라는 이익을 확보했지만, 우크라전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 한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다소 느슨해진 상태였다.
이에 김 총비서는 전승절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정상 간 신뢰 회복을 통한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어 '그다음 정세 변화'에 대비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APEC을 계기로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 역시 APEC에 참석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선 중국과의 조율이 중요하다는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국, 한국이 만나고 한미가 북한의 관여를 유도하는 APEC 전 한미도 또 한 차례의 정상 간 만남을 성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승절 이후 곧바로 9월 말에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를 통해서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3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첫 유엔총회 연설로, 그는 미국이 개입한 각종 국제 분쟁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북한 관련 언급도 연설문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9월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이 높다.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국제사회에 공표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9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만큼 참석의 여건도 잘 마련돼 있다.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임기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전례도 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이 만나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재회하는 것이다. 국제사회 사안을 논의하는 유엔에서의 만남은, 정부의 대북 구상에 대한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구성하기 좋은 기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교가에선 미국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한미 정상이 나란히 유엔총회 연설에서 의미 있는 대북 메시지를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성공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면 한 달 뒤인 10월 말에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북한의 반응 혹은 대북 사안 관련 중국과의 접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가 김 총비서의 APEC 참가 혹은 APEC 계기 판문점 접촉 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긍정적 반응을 내거나 북한과 관련 소통을 한다면 정부의 대북 구상에 큰 힘이 실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김정은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 참가를 일찍 파악하고도 전반적으로 차분한 대응에 주력하는 이유 역시 11월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점층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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