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협정 운 떼고 국방비 인상도 순탄…주한미군이 변수
[한미정상회담] 원자력 협정 개정, 美 수용 여부 주목
국방비 인상은 주도적 대응…주한미군 '역할 변화' 협의는 교착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관련해 폭넓은 협의를 진행하며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우려됐던 국방비 인상이나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는 비교적 순탄한 소통이 이뤄졌으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선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원자력 협력도 정상 간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추가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원전 협력의 경우 몇 갈래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상세한 내용을 지금 소개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관련 분야에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협정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지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전면 금지돼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그간 달라진 북핵 정세 등에 맞춰 우리도 일본과 비슷하게 미국의 동의 없이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고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가능하도록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미국의 안보 청구서에 대한 반대급부로 협정 개정을 제안한다는 구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이 관련 권한을 핵무기 기술 확보에 활용할 것이라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정상회담 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라며 "한국도 이 체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비핵화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정부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위 실장이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우리 측의 제안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방비 인상 문제는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CSIS 연설에서 "한국군을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실장 역시 국방비 인상 문제는 이 대통령이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등을 언급하며 선제적으로 미국 측에 증액 의사를 표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 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안보 비용 증가 사안에 있어서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진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다만 국방비 인상에 있어 그간 한미 간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GDP 대비 3.8% 혹은 5% 등 구체적인 수치가 어떻게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미 간 기본적 입장 확인 외에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되진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역시 동맹의 현대화 중 하나인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전략적 유연성)와 관련된 논의는 한미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 쓰는 단어들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 것들은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라고 말해 한미가 아직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의 개념과 범위 등 근본적 사안에 대해서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갖고 싶다고 발언했는데, 이날 큰 논의가 없었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분담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아예 폐기하고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대북 사안에 대한 한미의 호흡은 최근 수개월 사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라고 치켜세우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감을 표하며 "북한에 대해서 큰 진전을 함께 이뤄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대화는 물론 주요 국제 분쟁의 '해결사'가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제대로 겨냥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도 만나달라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태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은 한미가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과의 '이벤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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